[매경이코노미 2004-05-06 14:23]
 
클레오파트라는 엄청나게 값어치가 나가는 진주 두 개를 와인에 넣고 안토니오의 건강을 위해 축배를 들었다. 안토니오는 그 대가로 그녀에게 키프로스와 페니키아, 시리아, 그리고 아랍 일부를 선물해줬다.
가정의 달, 감사의 달 5월이다.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로 이어지는 따뜻한 이 계절은 사랑하는 이에게, 감사한 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선물해야 할지 적잖게 고민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봉투를 잘못 전달하면 쇠고랑을 찹니다. 꽃을 잘못 선물하면 오해를 삽니다. 선물을 하지 않으면 미움을 삽니다. OO을 선물하면 마음을 삽니다.”

몇 년 전 한 속옷 회사에서 사용한 광고 문구다. 무심코 읽어도 참 기발하고 재미있다. 그런데 꼼꼼히 되새겨보면 선물의 의미와 철학이 엿보이는 훌륭한 카피라는 생각이 든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 기분이 좋아야 하는 것 이 선물이다. 하지만 순수하지 않은 의도가 감춰졌다든가 상황에 맞지 않게 전달될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는 것이 또한 선물이 갖는 위험성이다.

비즈니스 관계로 만나는 이들로부터 가끔 펜이나 열쇠고리, 명함지갑 등 선물 이라며 건네지는 것이 많다. 하지만 이것들은 세일즈나 홍보를 위한 판촉물이 지 진정한 선물이라 볼 수 없다. 고마움도 느끼지 못할 뿐더러 받은 선물은 서랍구석에 처박히기 일쑤다.

그렇다면 세일즈에 있어 선물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배려와 감동’이다.

한 달에 종신 보험상품을 15건 이상 판매하는 남자 설계사가 있었다. 그 사람 의 판매 비결은 한 마디로 ‘김밥’이었다고 한다. 이 설계사는 고객이 건강진단을 받을 때 꼭 고객과 동행을 한다. 건강 진단이 끝나면 적당한 장소를 찾아서 고객과 함께 자기가 준비해 온 김밥을 나눠 먹는다. “저의 집사람이 새벽 일찍 일어나 싼 것입니다. 사장님과 사모님께서 오늘 건강 진단 받으신다고 했더니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해 주더군요”라고 말하는 설계사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고객은 없을 것이다. “오늘 저녁 10시 이후부터는 아무 것도 드셔서는 안됩니다”, “내일 아침에는 빈속으로 오셔야 합니다” 는 통보만 던지는 다른 설계사들과 비교해 본다면 더욱 그러하다. 고객의 허기진 배까지 배려한 그의 김밥은 값으로 치자면 몇 천원에 불과하지만 고객이 느끼는 고마움과 감동은 값으로 따지기 힘들다.

또 다른 예를 보자. 자동차 판매 딜러를 하고 있는 어떤 이는 동대문에서 낚시 도매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집으로 발렌타인데이 선물을 배달시켰다고 했다. 장미꽃 한 다발과 함께 샴페인을 포장하고 그 안에는 예쁜 한 장의 카드도 넣었다. 카드에는 “오늘 저녁 사모님과 함께 촛불 켜 놓으시고 이 샴페인을 드시면서 오붓한 사랑의 시간을 나누시기 바랍니다”라고 썼다.

다음 달 ‘화이트데이’ 때엔, 부인 앞으로 지난달과 같이 장미 꽃다발과 함께 샴페인을 포장한 선물을 집으로 배달시켰다. 물론 그 안에는 “오늘 사장님과 함께 두 분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라고 쓴 예쁜 카드도 함께 넣었다. 그리고 한 열흘 정도 지났을까. 약속된 시간에 방문했더니 사장이 쪽지 한 장을 건네 주면서 “내가 대강 이야기는 해놨는데 한 번 찾아가 보세요” 하더란다. 주변 사람들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메모지였다. 학교 선후 배, 아들, 며느리, 동생 식구들의 인적 사항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고 했다. 고객 한 명을 감동시켜 수많은 잠재 고객을 확보하게 된 경우다.

명절이나 축하일이 되면 백화점상품권으로 때우거나 현금을 봉투에 담는 것으로 대신할 때가 많다.

졸업선물로 영어사전이나 옥편, 입학선물로 만년필이나 책을 선물하고,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사드리면 끝난다. 받는 이의 마음을 고려한 ‘마음 선물’이 없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좀 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 주머니가 가벼운 당신도 어쩌면 클레오파트라의 기쁨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박형미 화진화장품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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