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잘 먹고 힘센 여자를 찾습니다
정범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여성벤처사업가와 결혼을 발표한 정범진씨의 자서전이다. 몇년전 출간된 이 책에서 '밥 잘 먹고 힘센 여자를 찾습니다'라고 했는데, '밥 잘 먹고 힘센 여자'를 찾기는 찾았나보다.

흔히 장애인의 몸으로 사회적, 직업적 성공을 거두려면 뼈를 깎는 노력과 불굴의 의지, 엄청난 피땀과 눈물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면 너무나 처절해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하지만 정범진씨의 글은 너무 선선하고 담담하다. 오히려 사고가 나기까지의 생활과 회복의 과정, 용변처리문제, 검사의 일, 쉬는 것이 전부인 주말 등 일상적인 생활과 생각에 관해 너무도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TV에 방여되었던 자신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내용 중, 몸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입으로 서류를 꺼내는 장면이 있었는데 자신은 입으로 서류를 꺼내지 않으며 또한 남들이 도와주지 않는 그런 늦은 시간까지 근무하지도 않는다며 고백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이 한국에서는 '부장검사'로 알려졌지만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높은 자리는 아니라고 말한다.

법과 재판에 관한 소신도 언급되는데 순전히 비용면에서 종신형이 사형보다 싸게 먹히니까 사형제에 반대한다는 합리적인 검사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내용은 아니지만 다른 어떤 책보다도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고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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