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수상 일 년 전부터 숨겨진 걸작으로 마니아와 영화 잡지 사이에 꽤 유명했던 작품인데, 2010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오히려 과대평가되고 있는 작품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카데미의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작품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긴장감과 폭탄을 해체할 때의 압박감, 주인공들이 술을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는 잠깐의 순간들의 기가막힌 완급 조절 등 무척이나 훌륭한 만듦새의 작품인 것은 확실하지만 영화의 주제가 좀 애매하거나 아님 난감하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4명의 자식이 있는 가장은 물론 어린아이의 몸에까지 폭탄을 설치하고, 영어를 더듬거리며 웃는 얼굴로 다가와 폭탄을 터뜨리는 아랍인들에 대항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폭탄을 해체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미군 병사들이 등장한다. 실제 이라크의 상황이 이럴 수도 있기 때문에 함부로 영웅주의, 제국주의 운운하지는 못하겠지만 선과 악을 다루는 면에서 그렇게 깊이있어 보이지 않는다. 전쟁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비극이지만, 그 비극의 원인이 미국이 아닌 아랍인들에게 있다는 식의 전개 좀 불편하긴 하다. (과연 이 작품을 이라크 인들이 본다면 우리나라 관객들이 '007'을 볼 때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불편한 심정이지 않을까.) 오히려 ‘전투의 격정은 때론 강력하고 치명적인 중독이다’같은 자막과 다시 전쟁터로 돌아가는 제임스의 행동들을 보면 살육과 전투에 중독된 '람보4'의 람보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는 케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전남편 제임스 카메론의 순진한 작품 '아바타'가 좀 더 아카데미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요즘 헐리우드에 자주 보이는 현대자동차의 EF소나타가 등장하는데, '본 슈프리머시'의 초반 추락 장면이나 이 작품의 폭파 장면에서처럼이 아닌 007같은 작품 속의 멋진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은 언제쯤이나 가능한 일일까. (요즘 맨날 카메오만 하시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