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를 주름잡았던 미친 형사 마틴 릭스, 멜 깁슨은 이 작품에서 무척이나 힘들어 보인다. '테이큰'의 강단 있는 액션 아빠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초췌하다. 상대를 때려눕히고 숨을 몰아쉬고, 총 몇 번 쏘고 또 숨을 몰아쉰다. 하지만 멜 깁슨의 표정은 그 어떤 배우보다도 깊이가 있다. 꽉 다문 입술로 상대방을 짖누르는듯한 그 표정. 한때 세계 최고의 섹시 카이로 꼽히기도 했던 멜 깁슨인데 영화 속에서 그의 주름은 그랜드 개년만큼이나 깊다. 그 주름만큼이나 깊은 부성애를 느낄 수 있었다. 딸이 총에 맞았을 때 허리에 차고 있지도 않은 총을 꺼내려고 허우적거리는 장면이나 꽉 다문 입술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갈 때. 딸이 죽었을 때 기분이 어떠냐는 악의적인 질문을 받았을 때의 굳어버린 표정. 멜 깁슨은 딸을 잃은 아버지 크레이븐의 역할에 100% 녹아든다. (절절하게 느껴지는 아버지의 분노) 비슷한 시기의 액션 영웅들인 브루스 윌리스나 실베스터 스텔론이 아직도 액션에 몰두하고 있을 때 멜 깁슨은 연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해결사와 라틴어나 자식 이야기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멜 깁슨이 깊은 부성애를 느낄 수 있다. 몸은 비록 쇠약해졌어도 그 입과 정신만은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쎌 웨폰' 시절의 미친 릭스는 어디로...) 멜 깁슨의 연기는 이토록 인상 깊었으나 결정적으로 영화 자체는 좀 지루하고 밋밋한데다가 너무 간략한 전개의 평범한 스릴러였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