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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 러브스토리
마이클 무어 감독 / 파라마운트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마이클 무어는 로마 제국의 몰락과 21세기의 미국을 절묘한 편집으로 비교하면서 시작한다.
한때는 미국의 중산층들도 잘 나갔다.
굳이 부인은 맞벌이를 할 필요조차 없었으며 3년마다 차를 바꿨고, 매년 4주의 휴가를 받아서 여행을 떠났다.
자녀를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빚을 질 필요가 없었으며, 퇴직 후에는 넉넉한 연금이 약속되어 있었다.
하지만 미국 기업들의 부흥은 경쟁자였던 일본과 독일의 공장들이 잿더미가 된 덕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본과 독일의 자동차 회사들이 훨씬 값싸고 성능 좋은 차를 만들자 그들의 처지가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80년대의 레이건 대통령 이후(레이건의 잘못은 아니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국가가 기업처럼 경영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말이다.
이 작품 속에서 여객 비행기를 조종하는 조종사가 맥도널드의 매니저보다도 못한 연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울 거리도 안 된다.
2009년 50여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 비행기를 조종했던 기장은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청소년들은 홈페이지에 교감을 욕하는 글을 올리거나 식당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이유만으로 교정시설에 갇히게 된다. 그 판사는 해당 민간청소년교정시설로부터 수십억 원의 뒷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이것은 '로 앤 오더'에 나오는 에피소드 아니었던가.)
심지어는 암으로 죽은 가장이 들었던 생명보험의 수익자가 그가 일하던 은행으로 되어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하급직원의 생명보험을 돈벌이로 간주하는 이런 사례가 일부 기업이 아니라 월마트 같은 거대기업에서도 당연한 듯이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넘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심지어 금융회사들을 감독해야 할 당국자나 의원들조차 금융회사들로부터 온갖 특혜와 로비를 받으면서 입으로는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떠드는 실정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정치와 경제, 사회가 후진국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비난한다.
이 다큐를 보고 나니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경우도 그리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이런 사례들이 자본주의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부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부자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투표권이지만, 실제로 가난한 사람들은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에 빠져 자신들을 위해 투표할 줄 모른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부를 움켜쥐고 있는 계층들이 911테러와 같은 공포를 이용해서 의원들을 조종한다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일반 시민들의 의견이 국회를 움직이는 듯싶었으나 결국 월가 출신들의 금융 쿠데타는 성공을 하고 말았다는 사실은 더할 나위 없이 씁쓸하다.
하긴 우리나라의 경우만 봐도 노동계급이 분명한 사람들이 부자들로 구성된 정당에 몰표를 주는 것이 현실 아닌가.
하지만 마이클 무어는 무작정 선동만으로 끝맺지는 않는다.
마지막에는 서서히 자신들이 당하는 부당한 대우를 깨닫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 일어서는 사람들, 그들에 동조하는 언론과 보안관과 종교인들을 소개한다.
그렇게 조그만 혁명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마이클 무어는 인터뷰 대상자들의 말을 교묘하게 편집하고, 사건 순서를 뒤바꾸는 식으로 다큐멘터리를 조작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은행 앞에서 현금수송차를 세워놓고 벌이는 쇼는 낯 뜨겁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의 다큐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으며, 무신경하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보기 괴로웠던 장면은 오바마를 사회주의자로 몰아붙이는 사람들이었다.
걸핏하면 빨갱이 운운하는 우리나라의 정치공세를 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