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넴이 많이 말랑말랑해졌다고들 하지만, 내 귀에는 여전히 독한 기운이 물씬 느껴진다. 아니면 적어도 이번 앨범을 통해서 예전의 파워풀한 랩의 세계로 귀환한 것 같다.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에 불과한가 싶어서 구글을 검색해봤더니 외국에서도 찬사가 이어지고 있는 앨범이다. 심지어는 이번 'Recovery'를 에미넴 최고의 앨범으로 꼽는 팬들도 있을 정도다. 확실히 이번 앨범에는 예전의 파워풀함을 넘어선 독기에 가까운 서늘함이 느껴질 만큼 자극적인 곡들이 넘쳐난다. 첫 번째 곡 'Cold Wind Blows'에서부터 에미넴은 무지막지하게 폭주하기 시작한다. 여타의 앨범에서 느낄 수 있는 몸을 푸는 듯한 느낌조차 없다. 격렬하기 그지없는 에미넴의 뜨거운 랩을 말랑말랑한 선율로 식혀주는듯한 '25 To Life' 등도 좋았지만, 웅장한 선율과 분노의 랩을 적절하게 조화시킨 'Not Afraid'는 에미넴의 전성기 시절 인기곡에 버금가는 명곡이라고 생각한다. Dr. Dre가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 수 접고 듣게 되는 'So Bad'도 인상적이다. 'Outro' 또한 뭔가 정리하는 듯한 분위기가 아닌 긴장을 풀지 않고 마지막 1m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서 달려가는 느낌이 드는 곡이다. 최근 몇 년 'Relapse'나 'Encore'같은 앨범을 통해서 약간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에미넴이 완벽히 부활했다.(개인적으로는 두 앨범도 좋았다고 생각하지만, 에미넴 본인부터 싫어한다고 하는 앨범이니...) 이번 앨범에서는 베스트 곡을 꼽는 것이 의미가 없을 만큼 대부분의 곡들이 귀에 착착 감겨든다. 다만 핑크와 리한나가 피처링한 'Won‘t Back Down', 'Love the Way You Lie'는 너무 뻔한 조합이라 좀 식상한 감이 있다. 이번 앨범에 들어간 힘이 너무 과하다는 평론가들의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완급조절이 안되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그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박진감이 넘친다. 마치 이 앨범 한 장에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 같은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전문적인 팬은 아니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서 에미넴이 투팩이나 노토리어스 비아이지가 쌓아올린 명성에 근접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