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레스큐 던 - 아웃케이스 없음
스티브 잔 외, 베르너 헤어초크 / 소니픽쳐스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아귀레, 신의 분노'처럼 광기에 넘치는 작품들을 연출했던 집념의 감독 베르너 헤어초크가 집념의 배우 크리스천 베일과 함께 전쟁 포로에 관한 영화를 찍었다.
'레스큐 돈'은 전쟁의 참혹함을 설교하지도 않고, 담담하게 반전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마치 다큐멘터리라도 되는 것처럼 주인공의 포로 생활과 수용소 탈출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디에터 뎅글러라는 독일 출신의 미 해군 파일럿을 실존 인물의 탈출을 그렸는데, 감독은 이 인물에 단단히 매료되었는지 97년도에는 다큐멘터리까지 찍었다고 한다.
특히 영화를 위해서 25kg을 감량했다는 크리스천 베일의 연기가 충격적인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굶주림과 혹독한 환경 때문에 서서히 변해가는 그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모진 고문과 구타에 시달리는 수용소 생활에서도 특유의 낙천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표정도 일품이다. 포로들과 열심히 탈출 계획을 논의하다가도 베트콩의 눈길이 느껴지면 똥그랗게 눈을 뜨고 순진한 표정으로 앞만 보고 있는 등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함께 생사를 넘나들던 동료가 처참하게 죽는데도 그의 신발부터 얼른 챙겨서 달아나는 모습에서는 처절함이 느껴졌다.
사람들에게 쫒기는 와중에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수풀 사이에 꼼짝 않고 숨어 있는 장면에서는 주인공의 공포와 긴장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이 밖에도 죽은 동료의 환영에 시달리며 신발을 벗어주는 장면, 굶주린 후에 뱀을 산채로 뜯어먹는 장면 등 크리스천 베일의 연기 하나하나와 표정 하나하나가 전부 명장면들이다.
치밀한 계획과 박진감 넘치는 추격전, 긴장의 탈출 같은 것은 거의 느낄 수 없지만, 실화가 주는 무게감과 크리스천 베일의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만으로도 지루한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물론 미 해군 홍보 영화인 '탑 건' 과 똑같은 마지막 장면의 노골적인 미국 만세가 거슬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처럼 영화 자체의 훌륭함보다는 배우의 연기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걸작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