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폭스
시드니 셀던 지음 / 보람 / 1991년 11월
평점 :
절판


시드니 셀던이 워낙 인기가 있던 시절, 그의 작품이라고 하기 민망한 수준의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은 시드니 셀던이 쓴 각본이나 희곡을 평역한 작품들이었다. 그런 식의 이야기들은 여러 면에서 허술하고 엉성하지만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치 누군가 시드니 셀던의 작품을 한번 읽고 그 이야기를 다시 옮겨 쓴 것처럼 맥이 빠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레드폭스'라는 작품도 아마 그런 평역작이었던 것 같다. 성인용 소설이라는 표시를 따로 표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새빨간 표지와 조악한 인쇄품질, 엉성한 구성상태 등으로 볼 때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성인들의 은밀한 상상력을 소재로 한 재미있는 통속소설이다. 냉전이 한참이던 시절 러시아정부에서는 우연히 미국 영부인과 똑같이 생긴 여배우를 발견하고 바꿔칠 생각을 한다. 제목의 '레드 폭스'는 그녀의 암호명이다. 머리를 염색하고, 맹장수술을 하고 발음을 익히는 것은 기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성생활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시드니 셀던은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흥미진진하고 적나라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린 학생들이 읽기에는 야하기도 하고 말이다.

마지막에는 멋드러진 반전과 의미심장한 결말이 있다. 시드니 셀던은 진정 '재미'를 아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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