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의 비극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13
엘러리 퀸 지음, 이제중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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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리 퀸의 비극 시리즈는 총 네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서로 연관된 점은 없으나 드루리 레인이라는 은퇴한 귀머거리 연극배우가 우리의 셜록 홈즈로 등장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드루리 레인은 노인으로서 우아하고 진중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연극배우답게 극적인 행동을 자주 보인다. 어쨌든 이 'Z의 비극'은 비극시리즈 중에서는 다소 떨어지는 편에 속한다. 'Y의 비극'과 'X의 비극'에 비해서 'Z의 비극'과 '최후의 비극'은 덜 유명한데,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이 작품에서도 나름대로 짜임새있는 트릭이 등장하고 치밀한 추리가 이루어지지만 이전 두 편의 비극시리즈와는 달리 그리 흥미롭지가 못하다.

더구나 사형수를 용의자로 선정한데다가 사형장이 배경으로 등장하기 때문인지 음습하고 칙칙한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아무리 정교한 추리의 구조를 구축한다 하더라도 독자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면 추리소설로서 무슨 매력이 있을까 싶다. 그러한 점을 만회하기 위해서 페이션스라는 아가씨를 화자로 설정했지만 오히려 그녀의 톡톡 튀는 발랄함과 경쾌한 대사들이 진지한 추리와 겉도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점이 가장 못마땅하다. 페이션스의 등장은 밝고 명랑하다는 느낌보다는 가볍고 경박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더구나 'Z의 비극'에서는 독자들의 비판거리가 되곤 하는 드루리 레인의 연극적인 행동이 극에 달한다. 범인을 직접 처벌하고, 모두들 모인 자리에서 극적으로 추리과정을 털어놓는 것은 레인의 특기인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논리적으로는 나무랄데 없는 사건진행이지만 너무 오버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한마디로, 'Z의 비극'은 나름대로의 완성도와 짜임새는 갖추었지만 전편들의 명성에는 못미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토록 꼬아놓은 트릭이 과연 재미를 위한 것이었나?하는 실망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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