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1 - 종말의 시작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1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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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가 드디에 '로마인 이야기' 11권을 출간했다. 지난 10권은 지금까지의 연대기적 서술에서 잠깐 벗어나 로마제국의 사회간접자본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느꼈을런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실망했던 10권이었다. 너무 지나친 상상일테지만 시오노 나나미가 갑자기 로마제국에 관한 본격적인 학술서를 쓰려고 하는 것일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번 11권은 많은 독자들이 기다리던 철인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그리고 그의 아들인 콤모두스와 그 이후의 군인황제들의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 시기를 가리켜 '종말의 시작'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많은 역사가들이 평가하듯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이후의 시대는 로마인들에게 암흑과도 같은 시기였다. 브래태니커 백과사전에서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가리켜 '명상록'이라는 저술덕분에 과대평가되었던 무능한 황제라고 부르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도 그런 점에서는 동감인듯 하다. 카이사르를 비롯해서 아우구스투스이후의 뛰어난 황제들이 많았지만 후세인들에게 아우렐리우스가 가장 인상깊게 각인된 계기는 '명상록'이라는 저술 덕분이라고 평가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카이사르라면... 누구였더라면...이라는 식으로 이전의 황제들과 비교하면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전쟁수행능력을 혹평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만의 다른 장점들과 제왕으로서의 능력, 인간적인 매력도 꼼꼼히 짚어준다.

그리고 2000년도에 화제가 되었던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장면들을 실제 로마인의 전투와 비교하는 부분도 있는데, 별다른 고증없이 만들었던 영화의 난장판같은 장면을 가리켜서 체계적이고 군기잡힌 전술이 존재하지 않았던 당시의 망가진 로마군들을 나름대로 잘 묘사한 것이 아닌가하고 평가하고 있다.11권 역시 시오노 나나미의 세심한 연구조사와 탁월한 글솜씨로 매우 재미있는 역사평설이었지만, 이후의 로마역사를 어떻게 다룰지 매우 궁금하다. 애정이 갈 수 없는, 경멸할 수 밖에 없는 로마인들의 행동을 말이다. 말 그대도 암흑과 종말의 세상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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