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알
황세연 지음 / 태동출판사 / 2000년 6월
평점 :
품절


(줄거리를 언급합니다.)'디디알'이라는 소설 전체가 작가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해서 여러가지 엽기적인 사건들에 휘말려들게 되는 내용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마치 스즈키 코지의 '링'을 연상시킨다.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주위의 사람들, 그들이 공통적으로 목격하게 되는 도끼를 든 사나이, 한 사람씩 차례차례 죽어가고 미쳐버리는 사람도 생긴다. 결국 최후에 남은 여선생과 소설가인 주인공이 그 의문을 풀게 되는데.. 피해자들이 단체로 노래방에 가서 즐겼던 DDR게임에 범인의 원한이 새겨져 있던 것이다. 어린시절에 도끼를 든 범인에게 살해당한 가족들의 원한 말이다.결국 두 주인공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는데, 소설가 주인공이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잔혹하고 하드고어한 묘사, 끊임없이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흡입력있는 전개... 대체적으로 일본의 '링'을 모방한듯 하면서도 그에 못지않은 재미를 보여주는 공포소설이다. 하지만 마지막의 결론이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서 전체적으로 이끌어왔던 공포분위기를 허탈하게 만든다. 작가 본인이야 나름대로 무리없이 끝맺었다고 생각할테지만 소설이 전개되면서 펼쳐놓았던 수많은 의문점들을 단 한가지도 해결하지 못한채 흐지부지 끝내버린다. 매우 뻔뻔하게 그 의문점들을 나열하면서 답해줄 수 없다고 하는 작가를 볼 때 소설가로서의 기본적인 소양이나 상식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독자들은 모르고있었지만 범인은 피해자의 사돈의 팔촌의 조카의 막내딸의 시아버지였다'는 식으로 사건을 해결해버리는 싸구려추리소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작가에게 지독한 배신감마저 느낀다.

그리고 수많은 사진들과 자료그림들을 등장시키면서 워낙 실화에 가깝게 전개시켜놓아서 마지막에 작가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언급도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그런데 작품 속에 등장하는 게임기는 DDR이 아니라 PUMP였다. PUMP를 DDR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하는 골수 DDR팬들에게는 상당히 기분나쁜 실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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