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면서도 강렬하게...

아줌마 밥 먹구 가 - 오한숙희의 자연주의 여성학
오한숙희 지음 / 여성신문사 / 2002년 4월

개인적으로 다 읽고 난 느낌을 말하자면, 오한숙희씨의 <아줌마 밥 먹구 가>는 그 정체가 모호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는 단순히 농촌생활을 소재로 한 에세이집같기도 하지만, 한 장, 한 장을 읽어나가다보면 이 땅의 여성과 가족, 가정에 관한 꼬투리가 꼭 하나씩 끼워져 있다. 그동안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이면서 생활해왔던 방식이라던지 태도같은 것들이 이렇게 잘못된 것들이었구나.하는 반성을 해보게 된다.

<아줌마 밥 먹구 가>의 내용 중에 '상석도 말석도 없는 밥상'이라는 표현은 또 하나의 충격이었다.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고, 과격하게 비난하지도 않으면서도 그 어떤 학자나 작가보다도 강렬하고 진지하게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것 같다. 이전의 책 '그래 수다로 풀자'에서 오한숙희씨의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인 '우리(가족) 모두 6분의 1이다'라는 표현만큼이나 인상적이다.

그렇지만 농촌의 생활이라는 이야기를 통해서 남녀평등만을 언급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이 막연하게 환상만을 갖고 있는 전원생활의 어려움이라던지, 도시사람들 사이에서는 사라져가고 있는 이웃간의 정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마음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