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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모 7집 - Second Half
조성모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조성모는 여전히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그의 음성에는 다른 모기 소리 가수들과 달리 훨씬 흡입력 있는 촉촉함이 묻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터질 듯한 클라이맥스가 없는 첫 곡 '그 사람'같은 심심한 곡도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아련한 옛사랑을 생각나게 하는 '조성모'만의 음색으로 부른 곡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깨에 힘을 뺀 이런 심심한 곡조가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다.
두 번째 곡인 '이야기'도 그렇고, 심지어는 타이틀 곡 '사랑했었다'마저 폭발하는 듯한 열창이나 울부짖는 듯한 괴성, 이제 유행의 끝물에 있는 소울음 소리도 없다.
조성모는 더 이상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을 능가하는 '발라드의 황태자'가 아님에는 확실하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목소리에는 심금을 울리는 그 무엇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번 7집은 이런저런 세상풍파에 달관한듯한 원숙한 분위기의 곡들을 차분히 감상할 수 있는 앨범이다.
타이틀곡 '사랑했었다'도 처음 들으면 너무 심심한 느낌에 뭔가 허전하다. 처음부터 듣는 이의 가슴을 후비는듯한 'To Heaven'같은 흡입력은 없다. 하지만 자꾸만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익숙해지는 선율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J와 함께 한 '너에게로 가는 길'은 언뜻 밋밋하게 들릴 뿐이지만, 가냘픈 둘의 목소리가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조성모가 팬들을 위해서 작정한 듯 달콤한 목소리로 부르는 '그녀를 잘 부탁합니다'는 확실히 좀 밋밋하다.
전체적으로 잔잔한 분위기의 앨범에서 조금 강하게 부르는 '그댈 위한 나의 노래'는 팬들을 향한 뜨거운 사랑이 담겨있는 것처럼 들린다.
이승환 작곡의 '아팠잖아'도 좀 센 분위기의 곡인데 이 곡은 조성모가 잘 안 나가던(!?) 4, 5집 시절의 뻔한 노래들을 떠올리게 한다.
'사랑의 역사'는 타이틀곡으로 했어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나름 격정적인 분위기의 곡이다.
7집의 노래들은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애절함이 넘쳐흐르는 발라드가 아니다. 피곤에 지친 밤 편안하게 소파에 앉아서 맥주 한 병과 느긋하게 감상할 수도 있고, 스산하게 낙엽이 날리는 가을날 오후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과 여유롭게 감상할 수도 있는 곡들이다.
조성모가 히트가수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좋은 노래를 위해서 자신의 색깔을 점차 찾아가는 것 같아서 다음 앨범이 더욱 기대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