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시즌 4 박스세트 (7disc) - 할인행사
스티븐 홉킨스 외 감독, 키퍼 서덜랜드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이번 시즌은 이전의 시즌과 확실한 단절을 보인다.
더 이상 잭의 딸이자 낙하산 요원인 킴 바우어는 나오지 않는다. CTU도 새로운 인물들로 물갈이 된 데다가 잭 바우어는 신임 부장 드리스콜에게 쫓겨나서 국방장관을 보좌하고 있는 중이다.
드리스콜은 능력도 모자라면서 사사건건 잭의 발목을 잡는 4시즌의 대표적인 밉상 캐릭터다. 하지만 이전의 니나나 셰리 팔머에 비하면 너무 약하다.
CTU에는 잭의 충실한 조력자이자 뚱한 표정이 매력적인 클로이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클로이는 이번 시즌에서도 현장요원 못지않은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친다.

첫 회에서 예산안에 관한 협조를 하기 위해 CTU에 들어서는 잭이 무척이나 어색하다.
'그' 잭 바우어를 못 알아보는 직원이 있질 않나, 전설적인 요원 잭 바우어를 서먹하게 대하는 새로운 현장 책임자도 그렇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뻘쭘하게 서있는 잭 바우어는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 같다.

가벼운 열차테러와 의문의 아랍인 가족의 등장으로 시작했던 4시즌은 곧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대한 사건으로 발전한다.
잭이 조심스럽게 사랑을 시작했던 오드리가 국방장관인 아버지와 함께 납치되고 쉼 없이 달려가는 잭 바우어의 또 다른 24시간이 시작된다.

첫 장면의 기차 사고는 테러 무기를 손에 넣기 위한 위장이었으며, 국방장관의 납치 또한 또 다른 음모를 위한 트로이의 목마였음이 드러난다.
특정 집단이나 특정 인물이 아니라 전 미국을 대상으로 한 테러범들의 행동이 개시된다.

어색한 첫등장을 했던 잭 바우어는 불과 2화부터 본격적으로 액션본능이 깨어난다.
민간인이건 테러범이건 가릴 것 없이 주먹질을 해대는 것은 물론이요 다리에 총을 쏴서라도 테러범의 입을 열게 만들고, 용병들과 시가전을 벌이고 해병대가 도착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홀로 적진을 향해 뛰어 들어간다.
자신에게 고문당한 사람이 "당신을 원망하지 않소."라고 말해도 "원망해도 상관없소."라고 대꾸할 정도로 쿨하다.
아마도 잭 바우어는 람보와 코만도를 능가하는 헐리우드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현장요원일 것이다.

7회에서는 '등장인물은 죽지 않는 한 언젠가 또다시 등장한다'는 '24'의 법칙이 드러나는 의외의 인물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긴장감도 이전 시즌보다 확연하게 떨어지고, 억지스러움은 점점 더해져서 잭은 시간을 끌기 위해서 편의점 강도질까지 하게 된다.
대부분의 액션과 사건들은 별다른 개연성 없이 단순히 인력부족이라는 이유로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4' 특유의 긴장감은 가끔씩 보는 이의 숨을 막히게 한다.
특히 16~17화에 걸친 사건은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가장 강력한 한방이다.
종반부에 들어서는 '24'만의 긴장감이 제대로 살아나기 시작한다.
잭은 생명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되고, 곧 가장 쓸쓸한 표정의 잭을 보게 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24'의 잭은 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그 선택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언제나 테러를 막는데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인권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심지어는 생명까지도 과감하게 포기한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잭의 그런 행동에 진지한 의문을 제기한다.
제작진이 단순한 긴장감을 넘어선 그 무엇인가를 작품에 담기 시작한 것이다.

한마디로 이번 네번째 시즌은 초반부와 중반부 내내 지지부진하던 분위기를 후반부에 가까스로 만회한 다소 평범한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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