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엽문
엽위신 감독, 견자단 외 출연 / CJ엔터테인먼트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최근 홍콩 액션 영화의 정점에 서 있는 견자단이 선사했던 '살파랑', '도화선'같은 보석 같은 영화들에 열광했던 관객이라면 이번 '엽문'에도 큰 기대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홍콩무협영화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에 머물고 말았다. 어설프게 녹아있는 반일영웅주의, 지나치게 남발되는 카메라 빨리 돌리기 그리고 눈에 띄게 티가 나는 와이어 액션.
차라리 '황비홍'처럼 대놓고 날아다닌다면 덜 어색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작품에는 '황비홍'이나 '무인 곽원갑'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절대고수의 쿨한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
집 안에서 결투 중에 장식품이 망가지자 안타까운 듯 한참을 쳐다보는 모습이라던지, "아내를 겁내는 남편은 없소. 아내를 존중하는 남편만 있을 뿐", 북방권이 남방권에게 졌다는 도전자에게 "북방이고 남방이고 없고, 당신이 약할 뿐"이라는 명대사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역시 최근 보았던 견자단의 포효하는 듯한 액션들은 찾아볼 수 없고 결과적으로 지금껏 보아왔던 견자단의 묵직한 이미지도 좀 퇴색된 느낌이다.(주인공의 다소 소극적인 모습은 "무언가에 휩쓸려서 운명이 흘러간 사람"이라는 견자단의 해석을 생각한다면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여타의 무협영화들보다는 과장된 몸짓이 덜한 반면, 발군의 스피드와 군더더기 없는 절제되고 단호한 동작들은 여전히 빛난다.
또한 이미 액션의 장인 경지에 오른 견자단의 물오른 몸동작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조잡한 카메라 워크와 비현실적인 특수 효과에 의존하는 성룡과 이연걸을 생각한다면 아직도 우리 곁에 견자단이 건재하다는 사실이 뿌듯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