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입학하게 되어 대도시로 이사 온 시이나는 옆방의 가와사키라는 독특한 친구를 사귀게 된다. 가와사키 역시 늘 ‘Blowin’ in the Wind’를 흥얼거리는 시이나처럼 밥 딜런을 "신의 목소리"라고 추켜세울 정도로 좋아한다. 그리고 가와사키는 옆방에 사는 부탄인 도르지를 위해서 서점에 쳐들어가서 대사전을 훔칠 계획을 세운다. 부탄 인이 집오리와 들오리의 차이를 모르는데 일반 사전이 아닌 대사전 정도가 되어야 그 뜻의 차이가 나온다는 이유 때문이다. 억지로 가와사키의 일에 동참하게 된 시이나는 그 이후 애완견 가게의 레이코씨를 알게 되면서부터 가와사키와 부탄인 친구 도르지, 도르지의 연인 코토미의 일에 관해 알게 된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마치 하루키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주인공들의 나른하고 허전한 일상을 두 시간동안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의 기억에 얽힌 과거의 이야기와 나름대로 여운이 남는 반전은 '러브 레터'를 비롯 일본영화의 한 경향이 된듯하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밍숭맹숭한 일본 영화의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기도 하다. 뭔가 심심하면서도 가만히 보다 보면 점점 빠져들게 되기도 한다. 시종일관 흘러나오는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도 계속 귓가에 맴돌고 말이다. 일본에서 6개월 이상 롱런하며 흥행했다는 점이나 원작자 이사카 코타로가 영화를 보고 감명 받아서 자신의 소설 일부를 수정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대단한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보는 동안만큼은 청춘의 혼란과 먹먹함, 젊은 시절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아픔을 느낄 수 있는 멋진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