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밀랍인형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괴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소재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 기괴함을 살리기는커녕 한심하고 어설픈 설정으로 관객이 한숨을 내쉬게 한다. 화장실에 한번 갔다 왔을 뿐인데 어떻게 금세 컴컴한 밤이 되는지,(몇 시간이나 변기통을 붙들고 인내해야 하는 변비환자였다면 할 말 없지만.) 더러워진 옷을 갈아입으라고 남자가 준 큰 옷은 시간이 지날수록 왜소한 여자의 몸에 꼭 맞는지, 살아있는 개가 어떻게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는지... 그뿐이 아니다. 그동안 수없이 등장했던 하이틴 공포영화의 단점들 또한 그대로 답습한다. 악당이 뒷모습을 보이는데도 들고 있는 몽둥이로 내리치지 않는 장면은 이제 하도 많이 봐서 별로 신기하거나 안타깝지도 않을 정도다. 그래도 장점이라면 산체로 밀랍에 갇힌 희생자라는 설정을 극한으로 표현해 낸 잔혹한 장면들과 시종일관 음산함을 풍기던 마을의 분위기 등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