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인생을 훔친 여자>처럼 사회비판적인 성격이 강한 걸작들을 써왔던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초능력에 관한 여러 작품을 썼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용은 잠들다>는 초능력을 소재로 한 그녀의 소설들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써내는 작품마다 일본의 추리 관련 상을 섭렵하는 작가답게 <용은 잠들다>는 1992년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받았고, 1992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4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리 독특한 소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 작품에는 두 명의 초능력 소년이 나옵니다. 하지만 비슷한 소재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그들은 자신들의 화려한 능력을 마음껏 펼쳐 보이지 못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사용한다고 해서 일이 쉽사리 풀리는 것도 아닙니다. 외계인이나 미치광이 과학자로부터 지구와 인류를 수호하기 위한 거창한 싸움을 하는 것도 아니고, 현란하다 못해 눈부신 능력으로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원하지도 못합니다.
대신 그들은 주체할 수 없는 자신들의 능력에 괴로워하기도 하고 사회와의 접점을 찾지 못해 방황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엄청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고작(?) 유괴사건 하나 해결하기 위해 악전고투를 벌여야 합니다. 지구를, 인류를 구하는 것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초능력이 있다고 해서 모든 일이 쉽게 풀리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그 능력 때문에 남들보다 더 깊은 인간적 고뇌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부동산 거품이나 신용불량 문제가 아닌 초능력에 관한 이야기에서도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고발적인 성격이 잘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작품은 옮긴이의 말처럼 서스펜스 소설인 동시에 성장소설이기도 하고, 연애소설이기도 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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