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8
이종호 외 9인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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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된 잔혹함과 거북할 정도의 고어성 때문에 공포소설을 즐겨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단편집만큼은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한작품, 한작품이 최근 10년을 통틀어서 최고 수준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훌륭하다.

첫번째 단편 '일방통행'은 교통지옥을 다루고 있다.
미친듯이 경적을 울려대는 차들, 상향등을 켜놓은채 달리는 차들, 양보는 하지 않고 무작정 들이밀고 보는 차들... 안그래도 교통지옥인 대도시의 도로에서 이런 차들을 만나면 (살의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짜증과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이 작품은 도시의 운전자가 느끼는 그러한 심리상태를 극단적으로 밀어부친다.
결말이 지나치게 황당하지도 않으면서 일상 속의 공포를 잘 보여준다.

사이코 살인마라는 평범한 소재와 평범한 전개를 보여주지만 그 묘사만큼은 탁월한 '은둔', 버려도 버려도 되돌아오는 상자에 관한 이야기 '상자', 작가의 명성에 걸맞는 프랑켄슈타인 이야기 '깊고 푸른 공허함'을 비롯 9편의 단편 대부분이 버릴 것 없을만큼 재미있다.

특히 '감옥'은 가장 짧은 분량에 너무나 뻔한 소재지만 가장 강렬한 공포와 서스펜스가 응축되어 있는 작품으로 개인적으로 가장 서늘했던 단편이다.
간결한 전개와 기막힌 반전이 인상적인 '모텔 탈출기'도 기억에 남는데, 마치 오 헨리의 위트넘치는 단편소설을 읽는 것 같다.

반면 '흉포한 입'은 스티븐 킹의 단편들 중 하나와 비슷한 느낌인데,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입'이 뭘 어쨌기에...
호러SF인 '하등인간'은 영화 '큐브'처럼 배경과 적의 실체가 없는 이야기라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일방통행'과 '하등인간' 등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전부 피범벅과 사지절단의 하드고어로 찌들어 있다. 이것이 장르적 특성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소재의 폭이 좁은 한국공포문학의 한계라면 너무나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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