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유능한 샐러리맨이었던 카지는 국회의원 아버지와 그 후계자였던 형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을 계기로 정치계에 입문하게 된다.‘정치9단’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국회의원 버전의 시마과장이라고 할 수 있다.주인공은 정치인이라면 으레 겪어야 할 문제들을 빠짐없이 경험하면서도 남자들의 로망을 놓치지 않는다.카지는 파벌문제에 시달리기도 하고 정치자금을 고민하고, 평범한 정치인이라면 결코 경험하기 힘든 국제적인 납치도 몇 번이나 경험한다.여자 문제로 중도 탈락하는 선배를 목격하기도 하고, 라이벌과 정책에 관한 논쟁을 벌이면서도 평범한 사람이라면 결코 가질 수 없는 지조 있는 태도를 잊지 않는다.대학시절 럭비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와 강하면서도 젠틀한 태도로 여성들의 육탄공세를 한 몸에 받는다.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문제도 이야기의 한 축으로 꾸준히 제기되지만, 나중에는 좀 흐지부지 끝나버린다.일본의 정치제도와 선거방식에 관해서 알고 싶을 때 이 작품을 참고해도 좋을 정도로 자세히 나와 있다.수많은 참고자료를 언급한 것을 보면 작가도 꽤 조사를 많이 한 것 같다.미국에 대항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결속 시나리오도 꽤 그럴듯하게 들린다.하지만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편협하고 어설픈 시각은 좀 불쾌하기까지 하다.(APEC과 각국의 알력관계, 일본의 군병력 증가 문제, 남북한 관계가 일본에 미치는 영향 등은 꽤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기는 하다.)중반부에서는 일본이 UN의 상임이사국이 되지 못하는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데, 일본의 자신감 없는 태도 운운하며 일본이 주는 것 이상으로 실리를 챙기지 못한다고 푸념한다.일본은 핵폭탄을 떨어뜨린 미국을 미워하지 않는데, 한국은 일본을 미워한다는 식의 내용도 이해하기 힘들다. 핵폭탄이 왜 떨어졌는지, 과거사를 보는 현재 일본의 태도가 어떤지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개고기와 고래 포획을 묶어서 음식 문화 운운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한국의 변견이 멸종 위기에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