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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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위 제목의 명제를 대화체로 풀어낸 소설이다. 읽는 내내 별로 유쾌하지 못한 기분이었는데, 타자화된 자기 내부의 적을 정면으로 응시했을 때 본능적으로 회피하고 싶은 인간의 본성 때문이라기 보다는 아멜리 노통 특유의 끝간데 없이 진저리날만큼 몰아쳐가는 화법과 엽기성 때문인듯 하다. 아멜리 노통이 앞으로 늙어가면서 어떤 작품을 쓸지 너무나 궁금해졌다. 도대체 전무후무한 캐릭터와 공력의 소유자인 이 아멜리 노통이라는 인물은 어떻게 만들어진걸까? 노통에 대한 일체의 판단을 유보하고 잠시 지켜 보기로 결심하게 만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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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오식당
이명랑 지음 / 시공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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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 소띠작가가 방년 29세 나이에 쓴 책이라... 이미 사라져간 역사속의 20대의 천재작가들이라면 몰라도, 동시대를 살고 있는 20대의 젊은 작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을 썼을까,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웬걸! 그런 독자의 편견쯤은 가볍게 자빠뜨리는 이명랑의 명랑 맹랑한 힘이란!

담배도 피고 쏘주도 먹고, 남자까지도 섭렵한 중학생 과외제자의 질문, '언니, 어른이 되서만 할 수 있는게 뭐에요?' 답이 무얼까. 했는데 그건 바로 '생활'이란다... 이명랑은 알고 있다. 생활이 얼마나 무섭고 징글징글한지를. 작가가 어서어서 나이를 먹어서 좀 더 경계를 넓혀 더 많은 책들을 썼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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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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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옷>과 <사랑의 파괴>에 이어 <두려움과 떨림>이다. 제목이 도대체 어떻게 이 작품과 연결성을 가져갈까, 하고 궁금했었는데 두려움과 떨림의 마음을 가지고 상사를 알현해야 한다니...!

분명 아멜리노통의 자전적 소설이라 하는데, 천재적 사고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지닌 젊은 영혼이 전근대적인 일본인회사라는 틀 안에 갇힐 때의 모든 황당무계한 일들이 펼쳐진다. 아멜리가 자신을 학대하고 압박하는 전형적 일본여성인 상사 후부키라는 존재를 인식하고 받아들이고 그에 반응하고 대화하는 방식에는 진정 경탄을 금치 못하겠다.
일본인 여성들이 대단한 것은, 그토록 숨막히는 편견으로 교육받고 족쇄채워지면서도 아무도 자살하지 않는다는 것이란다. 짝! 짝! 짝! 노통짱!

@ 세 권째의 아멜리 노통의 작품을 만나면서 문득 드는 생각,,, 이 작가의 천재적 직관력은 사유에의 깊이를 넘어서지 못할까? 모든 천재들이 그렇듯 엄청나게 압축된 삶을 살아내는 듯한 이 작가가 세월의 더께를 더한다면 달라질까?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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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파괴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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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었던 아멜리 노통의 작품인 <시간의 옷> 덕택에 두 번째로 읽게 된 작품이다. 이 역시 양장본으로 200페이지가 안 되는 자그마한 책이다. 내용의 짧음을 양장본으로 메꾸려 함인가? 문고판 서적으로 나오면 딱일 것 같은데...! 시간의 옷에서 느꼈던 재기발랄함과 신선한 상상력은 간데없고 이번엔 웃자란 아이의 중국 외인지역에서 보낸 한 시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간간히 파리대왕이 생각나기도 하였는데, 전반적인 상황이나 에피소드들이 아멜리 노통의 뛰어난 위트와 엽기적인 서술체의 말장난식으로 이어져 가는 것 같아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다만, 어린 여자아이의 사랑과 그 사랑의 파괴에 관한 논점은 아주 흥미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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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제이미 제파 지음, 도솔 옮김 / 꿈꾸는돌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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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네팔 북부를 여행할 때 만났던 부탄왕국으로 넘어가던 사람들의 유난히도 소박했던 얼굴들을 아직도 기억하는데, 책의 표지부터 범상치가 않았고, 제목에 걸맞게 400페이지가 넘는 이 여행기는 결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티벳에 이어서 꼭 가고싶은 여행지 중 하나로 부탄왕국을 추가하게 만든 책이니 만난게 고맙다.

제이미 제파의 미덕은, 성급하게 그들의 생활에 바로 편입되지도 않았으되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들의 삶에 녹아들고 함께했다는 것이다. 그토록 사랑하게 된 부탄의 아름답고 목가적인 풍경들 뿐 아니라 서로가 갈등하고 대립하는 정치적 상황들에도 항상 깨어있는 자세를 견지한다. 그동안 살아 왔던 세계와는 너무나 다른 문화와 관습, 불교적 세계관, 부탄인과의 사랑, 결핍과 풍요 등의 모든 문제에 있어서 결코 편협하지 않은 캐나다 여인의 맑은 사고가 드러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또 하나의 소득은 평소 익히 들어왔던 불교적 교리들이 이 캐나다 여인의 목소리를 통해 들었을 때 유난히 새롭게 울려 온 것. '모든 근심과 걱정과 행복과 평화는 모두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낸다.' 일체유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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