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 별이 뜨다 - 소설가 방현석과 함께 떠나는 베트남 여행
방현석 지음 / 해냄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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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인도차이나였다. 방현석이라는 작가가 이렇게 여전히 건재하다니 그 역시 반갑다. 프랑스, 일본, 미국에 이르기까지 100년 넘게 제국주의 군대들과 싸워 모두 이겨낸 베트남의 저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헐리웃 영화에서 그려지는 새까맣고 깡마르면서 잔인한 베트콩들이 아니라, 자유와 독립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진정 놀랍고도 뛰어난 민족성을 지닌 사람들에서 나오는 힘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나 역시도 베트남이 이토록 놀라운 나라인줄은 이 책을 읽기까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 더군다나 그들은 호치민이라는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통치자 중에 하나를 가졌고, 그 인자를 알아보는 지혜를 가진 민족이다.

우리 역시 일제 압제하에서 무장독립운동사를 갖고있긴 하나, 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해방을 돌려 받았으니, 이후 미군정 통치를 거부할 만한 힘이 없었다. 베트남의 경우, 수많은 공군 지원과 최신식 무기로 무장한 미국 정예군들을 베트남땅에서 몰아낸 것은 자원입대한 10대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한 민간인들로 구성된 유격대원들이었다. 그 놀라운 승리는 결코 우연히 그냥 오지 않았다. 월남전에서만 전 국민의 10%인 200만명이 넘게 전사했다고 한다. 살아남은 이들은 그 뒤에 공적을 인정받지 못했다 해서 억울해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통일조국을 건설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상받았고 감사하다는 그들... 베트남에 꼭 한 번 가고프다.

@ 호치민에 대해서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준 고마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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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ep from Heaven (Paperback)
An Na 지음 / speak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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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된 책이었다면 아마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다만 이민세대의 체험수기 비슷한 느낌이었으므로.

바닷가에서 함께 살던 할머니를 남겨두고 어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도미한 가족이 겪게 되는 생활의 모습이 적나라하다. 한국에 살 때는 비록 가난했으나 자기 배를 갖고 일하던 뱃사람이었던 아버지는 현실의 부적응자로 살아가면 술과 가족들에 대한 폭력을 일삼는다. 가장 슬픈 것은, 엄마에게 일상적으로 가해지는 폭력과 그에 더해 아들에게는 남자다워야 한다며 가해지는 폭력, 똑똑하고 자의식이 강한 딸을 일상적으로 짓밟는 아버지의 폭력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용서하고 현실을 그저 감내하며 살아야 하나? 주인공의 선택은 다르다. 가부장적이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며 술과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나, 아버지의 폭력 속에 순응하고 마는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을 조금씩 닮아가는 또다른 희생자인 남동생 등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맘에 들지 않았으나 마지막 주인공과 어머니의 용기있고 결단력 있는 선택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이 책의 작가는 전직 교사였다가 이 첫번 째 소설을 쓰고 나서 전업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과연 다음에는 어떤 글을 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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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앙드레 코스톨라니 지음, 김재경 옮김 / 미래의창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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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코스톨라니에게 한 쿠션 먹고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이유, 거의 한 세기에 가까운 시간을 주식시장에서 살아왔다는 그 세월이 주는 절대절명의 지혜로운 안목이다. 주식투자와 관련된 몇 권의 책들을 읽어 봤지만 코스톨라니 책처럼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것은 처음이다. 당장에 투자비법 같은 것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실망스러울 것이고, 긴 안목에서 주식시장의 생리와 흐름, 그 흐름을 타는 법 등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코스톨라니 왈, 주식투자는 종합예술이란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국제정세 등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녹아들어가 있는... 주식투자로 얻는 시세차익을 불로소득이라 칭하기에 이미 이 세상은 너무 많이 변해 버렸는 바, 간혹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긴 하나, 읽어 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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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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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서점에 서서 훌훌 넘기면서 읽었더랬는데 올 가을맞이로 정독하게 되었다. 류시화 글은 가끔씩은 작위적인 느낌이 들어서 책으로부터 마음이 멀어질 때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인도에 대한 사랑으로 넘치는 사람의 글답게 읽는 이를 끌어들인다.

천년에 걸쳐 완성되었다는 힌두교의 교리는 부조리한 현실의 삶을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체념케 함으로써 피지배계층을 억압하는 지배층의 우민정책으로 이용되어 왔기에, 류시화가 무조건 인도를 너무 미화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역시, 전체 인구 9억 중에 수행자가 천 만명이 넘는다는 이 '정신이 살아 있는 나라, 인디아'는 다른 여행지와는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 류시화를 만난 구루(영적 스승)는 그의 몸을 칭칭 매고있던 두꺼운 밧줄을 풀어 갠지스강에 던지며 그에게 말한다. 그대를 묶고 있는 밧줄을 맨 것도 그대 자신이고, 풀어 버리는 것도 그대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누가 그렇게 살라고 강제한 것도 아닌데 모두가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똑같은 길을 따라 뒤돌아 보지도 않고 옆도 보지않고 오직 앞으로만 달려가는 우리를 멈춰 세우고는 삶의 의미를 묻게 하는 여행의 힘, 인도의 힘, 글의 힘...! 가을에 읽기에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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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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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 소설은 책을 읽는 내내 작가를 계속 의식하게 하도록 만든다. 더불어 현대인이 좋아할 만한 모든 요소를 고루 갖췄다. 소재의 특이성과 예측불가, 감칠 맛 나는 대화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짧은 분량, 모든 인식의 우위에 존재하는 절대지존과 같은 주인공 등. 번역제목이 납득이 가지 않으나,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은 신으로 태어나 인간으로 퇴화하는 파이프(튜브)의 이야기이다. 소재 하나만은 높이 살 만 하다. 더불어 일본인들에 대한 묘사가 흥미롭다. 일본인들은 죽어가는 사람을 구해주지 않는다고. 이유는 생명을 구해주게 되면 고마움에 대한 부담을 평생 가지게 되므로 도움받는자의 자유를 구속하게 되므로 차라리 죽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낫다는 것. 노통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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