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199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 서점에 서서 훌훌 넘기면서 읽었더랬는데 올 가을맞이로 정독하게 되었다. 류시화 글은 가끔씩은 작위적인 느낌이 들어서 책으로부터 마음이 멀어질 때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인도에 대한 사랑으로 넘치는 사람의 글답게 읽는 이를 끌어들인다.

천년에 걸쳐 완성되었다는 힌두교의 교리는 부조리한 현실의 삶을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체념케 함으로써 피지배계층을 억압하는 지배층의 우민정책으로 이용되어 왔기에, 류시화가 무조건 인도를 너무 미화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역시, 전체 인구 9억 중에 수행자가 천 만명이 넘는다는 이 '정신이 살아 있는 나라, 인디아'는 다른 여행지와는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 류시화를 만난 구루(영적 스승)는 그의 몸을 칭칭 매고있던 두꺼운 밧줄을 풀어 갠지스강에 던지며 그에게 말한다. 그대를 묶고 있는 밧줄을 맨 것도 그대 자신이고, 풀어 버리는 것도 그대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누가 그렇게 살라고 강제한 것도 아닌데 모두가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똑같은 길을 따라 뒤돌아 보지도 않고 옆도 보지않고 오직 앞으로만 달려가는 우리를 멈춰 세우고는 삶의 의미를 묻게 하는 여행의 힘, 인도의 힘, 글의 힘...! 가을에 읽기에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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