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영혼 오로라 - 천체사진가 권오철이 기록한 오로라의 모든 것
권오철 글.사진, 이태형 감수 / 씨네21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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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영혼 오로라? 천체사진가 권오철이 기록한 오로라의 모든 것이라고? 이 책을 펼치기 전에 표지만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오로라가 아름답고 신비하다고 해도 신의 영혼에 비유할 만큼 엄청난가? 천체사진가란 직업도 있구나. 오로라의 '모든 것'이라고? 살짝 진부하다. 00의 모든 것이란 표현, 유행 좀 지난 듯.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표지를 천천히 살펴봤다. 제목도, 설명도 진짜였다. 오로라는 신의 영혼이고 이 책에는 천체사진가가 오로라의 '모든 것'(오로라의 모습, 오로라를 잘 보고 카메라에 담는 방법, 오로라 발생 원리까지)이 들어 있다. 사진으로 봐도 이렇게 신비롭고 아름다운데 실제로 오로라를 보면 정말 어떤 기분일까.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책장을 넘기면서 오로라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책으로 하는 여행.




권오철 사진가는 오로라의 여러 색깔 중 핑크색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다. 이 색을 봤다면 밤하늘에서 경험할 수 있는 오로라의 거의 최대치를 본 것이라고 한다. (45p) 나도 핑크색 오로라를, 오로라 폭풍을, 오로라 댄싱을 내 눈에 담고 싶다.



오로라의 황홀한 빛은 지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생명이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증거(94p)라고 한다. 지구에서의 삶을 마감하기 전에 나도 오로라를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을까.


오로라의 수도, 캐나다 옐로나이프

오로라를 볼 확률이 가장 높은 오로라 존은 대부분 극지방의 춥고 황량한 지역이지만 옐로나이프는 공항이 있는 큰 도시다(112p). 오로라 빌리지가 있을 만큼 오로라를 보려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고 한다. 나만 몰랐나 보다. 오로라 관광 프로그램이 엄청 다양하다는 걸.


요즘은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권오철 사진가가 직접 체험하고 꼼꼼하게 기록하고 정리한 여행 정보는 읽는 거 자체로 재밌다. 또 오로라를 카메라에 담는 방법도 친절하고 자세히 알려 준다.




오로라에 대해서 잘 몰랐다. 그래서 솔직히 관심도 별로 없었다. 이 책을 읽고(여행하고) 나서 내 버킷 리스트에 오로라 댄싱 보기를 추가했다.


오로라를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우주의 초미세먼지 같은 내 존재가 지겨울 땐, 그저그런 일상에 지칠 땐, 권오철 사진가가 카메라에 담은 신의 영혼, 오로라를 보면서 언젠가 오로라 댄싱을 볼 날을 기대하며 다시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카메라로 다 담을 수 없고, 인쇄하면 또 그 느낌이 달라진다고 했지만(41p) 오로라를 책에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게 느껴진다. 권오철 천체사진가 덕분에 비행기를 안 타고도, 추위에 덜덜 떨지 않아도 오로라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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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값의 비밀 - 양정무의 미술 에세이
양정무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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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을 잘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그림을 알고 싶다.

그림이 궁금하고 그림의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이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읽어 보고 싶었다.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살짝 겁먹었다.

예상 외로 술술 잘 읽혔다. 그림값 이야기가 이렇게 재밌다니! 신기했다.

예술 작품에 값을 매긴다고? 그건 예술을 모독하는 거 아닐까?

예술은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으니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했다.

책을 읽고 나서도 예술을 물질적 가치로만 평가할 수 없다는 믿음은 변치 않았다.

이 책을 통해 그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배웠다.

'값'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림의 '값'은 매우 중요하고

그림과 그림'값'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적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림은 예술의 세계이기도 하지만 그 그림을 그리는 작가도

그 작품을 감상하고 소비하고 소유하고 향유하는 사람도 생활 세계에 속한다.

생활을 위해 우리는 예술도 필요하지만 물질도 필요하다.

먹고 살아야 그림도 그리고 그림도 즐길 수 있으니까.

이 책은 '컬렉터', '아트 딜러'의 역할이 미술사에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역할을 해 왔다는 걸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예술 발전에 자본의 힘이 미친 영향을 쉽게 알려 준다.

또 그림값이 결정되는 메커니즘, 거래되는 방식도 흥미롭게 설명한다.

셀프 마케팅의 귀재였던 루벤스 이야기,

엄청난 부를 쌓았다가 몰락한 렘브란트 이야기,

자신을 신으로 표현할 만큼 자신감 넘쳤던 뒤러 이야기 등등.


이 책에는 그림값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렸던 작가의 삶도 들어 있다.

메디치 가문, 고갱을 후원해서 그의 작품 활동을 도왔던 수집가 이야기 등 후원자, 수집가 이야기도 풍부하게 담겨 있다.

마지막엔 Q&A 형식으로 '미술 투자'를 쉽게 설명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그림과 그림값을 둘러 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고 재밌게, 쉽게 풀어 낸다는 것이다!

그림이나 예술을 잘 몰라도 친절한 설명과 풍성한 예시를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그림과 화가, 컬렉터, 딜러 이야기에 빠져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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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생, 교사가 되다
박상완.박소영 지음 / 학이시습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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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들은 90년대생 교사와 그들과 함께 일하는 비90년대생을 함께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세대 간 차이뿐만 아니라 세대 내 개인 차이까지 밝히려고 시도했다. 의도는 좋았으나 결과까지 성공적이진 않다.


이 책이 90년대생 교사의 '특성'을 잘 드러냈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기성세대 눈에 비친 90년대생의 모습을 더 많이 담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그게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요즘 교사, 요즘 세대가 이 책을 읽으면 기성세대가 요즘 세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그냥 '퇴근'이 땡! 퇴근, 칼! 퇴근이 되고 업무와 사생활의 경계를 '명확히'하려는 행동이 된다. 일은 학교(회사)에서 하고 다 못한 일은 내일 와서 하면 된다고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기성세대들에게 '우리 때는 남아서도 하고 집으로 업무를 가져가기도 했는데 요즘 선생님들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반대로 90년대생의 눈에 비친 기성세대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기성세대가 요즘 세대의 눈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을 확인하면 요즘 세대를 아주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서로 이해하고 잘 지내자!는 교훈을 전달하려는 책은 아니다. 기성세대와 요즘 세대가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90년대생, MZ세대 등 '세대론'이 개개인의 특성과 차이를 가리고 두드러진 차이만 부각하지 않도록 세대 담론을 논할 땐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들도 세대 담론이 가진 그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인터뷰 분석 과정에 그 문제의식을 녹여 내려고 애썼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구를 시도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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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생, 교사가 되다
박상완.박소영 지음 / 학이시습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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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 요즘 교사의 이야기와 그들과 함께 일하는 기성세대 교사 이야기를 동시에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롭다. 이 책에서 인터뷰한 90년대생 교사의 특징은 꼭 ‘교사‘가 아니어도 90년대생, MZ세대의 특징이라고 볼 수도 있다. 90년대생을 이해하고 싶은 기성세대가 읽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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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소멸 - 우리는 오늘 어떤 세계에 살고 있나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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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의 신작

피로사회, 에로스의 종말, 아름다움의 구원, 투명사회, 타자의 추방, 폭력의 위상학 ... 한병철은 지금, 여기의 삶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진단하고 그만의 언어로 표현해 왔다. 한병철의 신작. 그 이유 하나만으로 사물의 소멸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

그는 '철학은 급진 저널리즘이며 철학자는 저널리스트로서 가차 없이

"오늘"을 다뤄야 한다고 말한 푸코를 추종한다. '오늘을 사유로 파악하려고 애쓰며, 그 사유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디지털화 시대, AI 시대, 포노 사피엔스 시대, 정보기계 시대

이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자유롭게', '지금 여기의 충만함'을 경험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한병철은 그 실마리를 삶을 안정화하는 '사물'에서 찾는다.

정보 사냥꾼의 시대

"정보 사냥꾼으로서 우리는 고요하고 수수한 사물들을, 곧 평범한 것들, 부수적인 것들, 혹은 통상적인 것들을 못 보게 된다.

자극성이 없지만 우리를 존재에 정박하는 것들을(9)"

즉각적인 자극과 흥분에만 집중하면 은은하고 평범한 것들의 가치를 알아 볼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극과 흥분에 중독된 정보 사냥꾼에게 그 자리에서, 은은하게, 살며시 빛나며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면서 우리의 삶에 질서를 부여하는 사물들을 발견할 수 없게 된다. 더 많은 흥분, 더 빠른 변화에 주목하면서 '사물과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고유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타자와의 마주침이 사라진 시대

"오늘날 우리는 정보를 쫓아 질주하지만 앎에 도달하지 못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알아두지만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다. 우리는 차를 타고 온갖 곳으로 달려가지만, 단 하나의 경험도 하지 못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소통하지만 공동체에 속하지 못한다. 우리는 데이터를 저장하지만 기억을 되짚지 않는다. 우리는 친구와 팔로워를 쌓아가지만 타자와 마주치지 않는다. 그리하여 정보는 존속과 지속이 없는 삶꼴을 발전시킨다." (19)

한병철에게 '타자', '부정성'은 매우 중요한 개념(실재)이다.

이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타자'와 '부정성'이 완전히 제거된 과잉긍정, 거대자기, 과도소비만 존재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우리는 타자라는 지옥이 아니라 '같음의 지옥', '동일성의 지옥'에 빠져 점점 더 우울해 진다.

가까움은 떨어져 있음, 거리의 감각이 있어야 그 의미가 성립할 수 있다.

거리의 완전한 소멸(타자 부정, 부정성 배제)은 그 가까움의 의미를 철저히, 남김없이 파괴한다.

은은한 충심의 사물의 소멸

"오늘날의 소비재들은 은은하지 않다. 추근거리고 조잘거린다. 그것들은 미리 제작된 표상과 감정을 이미 너무 많이 담고 있다.

그 표상과 감정이 소비자에게 봇물 터지듯 밀려드다. 소비자 자신의 삶은 그것들 안에 거의 깃들지 못한다." (29)

"셀피 촬영은 소통 행위다. 따라서 셀피는 타인의 바라봄에 노출되어야 하고 공유되어야 한다. 셀피의 본질은 전시다." (55)

"셀피는 일차적으로 메시지이기 때문에 수다스런 경향이 있다. 그리하여 셀피를 지배하는 또 하나의 특징은 극단적인 자세들이다. 반면에 아날로그 초상 사진은 대개 고요하다. 그 사진은 주목을 구걸하지 않는다. 바로 이 고요함이 아날로그 초상 사진에 표현력을 부여한다. 셀피는 요란하지만 표현이 빈곤하다. 과장된 표현 때문에 셀피는 가면처럼 느껴진다. 디지털 이미지의 소통이 인간의 얼굴을 침범함에 따라 여러 귀결이 바랭한다. 그 침범은 인간의 얼굴이 상품의 형태를 띠게 만든다." (57)

에리히 프롬은 '소유나 존재냐'를 두고 고민했다. 하지만 충심의, 은은한 사물이 소멸되고 모든 것이 정보기계로 대체되고 있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유와 존재는 이분법적으로 대립되는 개념(실재)이 아니다.

충심의 사물을 소유할 수 없는 자, 은은한 관계를 맺을 수 없는 자는 제대로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만 가득한 세상에서 인간의 삶도 일회용품처럼 쉽게 소비될 수밖에 없다.

고요히 눈을 감을 때만 발생하는 에로틱함

"환상이 없으면 포느로만 존재한다. 오늘날에는 지각 자체도 포르노의 특징들을 나타낸다. 지각은 단박 접촉으로서, 그야말로 이미지와 눈의 성기 결합으로서 이루어진다. 에로틱함은 눈을 감을 때 발생한다.

고요가, 환상이 비로소 주체에게 욕망의 깊은 내면 공간을 열어준다." (117)

스마트폰은 우리를 꿈꾸게 하거나 상상하게 하는 비밀스러운 사물이 아니다. 언제나 '사용'가능하고 원하면 '교체'할 수 있는 정보 기계다. 끊임없이 정보와 자극을 제공해서 고요를 파괴한다. 고요함 속에서 주체가 스스로 욕망을 응시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없도록 만든다. 외부로 부터 주입된 욕망, 타인들의 욕망, 기업들의 욕망을 소비하도록 만든다.

다시 타자들에게로, 다시 충심의 사물에게로

한병철을 말한다. "디지털화 초기에 사람들은 노동을 놀이로 대체하는 것을 꿈꿨지요. 하지만 현실에서 디지털 자본주의는 인간의 놀이 충동을 무자비하게 착취합니다." (155)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우리는 다시 타자들에게로 되돌려보내져야 해요."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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