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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마들렌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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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소설
재밌고 의미 있다. 진짜로 재밌다. 또 진짜로 의미 있다. 그 이상 어떤 말이 필요할까. 소설에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담는데 성공했다면, 그걸 독자에게 전달했다면? 나는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그런 의미에서 '끝'이다. 끝내준다.

'요즘 사람'이 쓴 재밌는 '요즘 사람' 이야기
"마침 둘 다 이제 입이 트이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저랑 와이프 둘 다 엄마라고 불러요. 아빠보단 엄마가 발음이 쉬워서겠죠. 저는 어느 쪽도 그렇게 선호하진 않아요. 좀 더 자라면 이름으로 부르는 게 어떤지 제안해 보려고요." 확실히 이 사람보다는 내가 훨씬 유교적이고 봉건적이구나. 수진은 새삼 생각하면서 따라 웃었다. (180-181)

아기를 원하는 트랜스젠더가 엄마에게 난자 기증을 부탁한다. 자기 정자를 쓰면 자기는 엄마가 아니라 아빠가 될 테니까 싫지만 필요하다면 엄마 난자를 기증받아서라도 '엄마'가 되고 싶다. 끝내 엄마의 난자로 엄마가 되는 데는 실패했지만 출산엔 성공한다. 좋은 엄마까지 될 수 있을까? 그건 모른다. 지켜봐야 한다. 레즈비언 커플에게 난자 기증을 받으러 간 수진은 '웃긴' 질문을 하고 나서야 자기가 유교적이고 봉건적이었음을 깨닫고 같이 웃는다.

늘 좋은 엄마도 언제나 좋은 딸도 없다. 이럴 때도 저럴 때도 있고 이런 면도 저런 면도 있다. 옳고 그른 게 아니다. 그건 그냥 그런 거다. 다른 이유나 설명은 필요없다. 그게 요즘!! 스타일이다. 멋진 척, 올바른 척, 타락한 척, 새로운 척..척척척. 그 어떤 척도 안 한다. 그래서 웃기고 홀가분하고 상큼하다. 그렇다고 절대 가볍거나 함부로 이야기하진 않는다. 그게 이 작가의 탁월한 재능이다. 부럽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그만 둘 수 없다. 얼른 다음 이야기의 또 다른 인물을 만나고 싶어 진다. 저 세상 어딘가에 있을 거 같은 사람이 아니라 내 옆에서 동시에 내 안에서 숨쉬며 살아 있는 그 인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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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음악 - 날마다 춤추는 한반도 날씨 이야기
이우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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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일기예보가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것
맑음, 흐림, 비, 눈, 덥다, 춥다, 선선, 쌀쌀, 장마, 태풍. 딱 이 정도였다. 나에게 날씨란. 일기예보를 볼 때도 비가 오는지, 온도가 낮은지 높은지 정도만 눈으로 쓱 확인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근데 이 책에 담긴 날씨 이야기를 읽고 나니까 날씨를 온몸으로 좀 더 다채롭게 느끼고 경험하고 싶어졌다! 살짝 억울해지기까지 했다. 왜 나는 그동안 날씨를 더 많이 느끼지 못했을까. 왜 날씨가 보여 주는 여러 표정과 들려 주는 다양한 음악을 보고 듣지 못했을까. 이제부터라도 더 열심히 즐겨야지 다짐해 본다.

날씨, 알아야 더 잘 느낄 수 있다
이 책엔 과학적이면서 예술적인 날씨 이야기가 가득하다. 과학적 날씨 이야기도 예술적 날씨 이야기도 이미 많다. 하지만 충분히 과학적이면서 매혹적인 예술적 날씨 이야기는 드물다. 이 책의 저자, 이우진은 그 어려운 일을 멋지게 해냈다. 처음엔 고기압, 저기압, 편서풍 등 비교적 익숙한 용어뿐만 아니라 어려운 개념들이 곳곳에 등장해서 당황스럽지만 차분히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아! 이런 원리였구나~ 하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이 온다. 왜 뿌듯하냐면 그만큼 날씨를 더 잘 알고 느낄 수 있으니까.

결론은 멋지고 독창적이고 무엇보다 유용한 날씨 이야기라는 것이다! 새로운 날씨의 세계로 초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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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터러시 - 혐중을 넘어 보편의 중국을 읽는 힘
김유익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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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 책의 저자는 어떻게 하면 지나치게 흥분하지 않으면서 다른 민족이나 국가 성원들과의 갈등 관계를 풀어 나갈 수 있을까?(19)를 고민한다. 흥분하지 않을 순 없지만 적어도 '지나치게',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럴 필요가 있다.) 국가와 그 국가의 국민 또는 시민을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할 순 없다. 


'중국인 = 중국'은 아니지만 중국인과 중국은 아주 밀접하게 연관된다. 한국인과 한국이 그런 것처럼. 국가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도. 중국을, 중국 '사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정답은 없다. 하지만 그래서 더 차분히, 꾸준히 생각해야 한다.

생활인의 감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바라 본 중국

김유익은 경제 전문가도, 정치 전문가도, 문화 전문가도 아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생활 전문가'다. 생활인의 감각과 통찰력을 갖춘 사람이란 뜻이다. 오히려 전문가가 놓치는 지점을 생활인은 포착할 수 있다. 전문가가 너무 어렵게 설명해서 오히려 본질을 왜곡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지만 생활인은 콕콕 필요한 이야기,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 주는 이야기를 들려 준다. 그게 다 맞다, 옳다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생활인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고 생활인의 감각으로 곱씹어 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방법으로서의 k, 함께 잘 지내기 위한 지혜

김유익은 말한다. 중심과 문명에 과도하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그렇다. 오히려 집착할 수록 멀어진다. k-컬쳐, k-방역, k-pop 등 한국의 문화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세계적 인정을 받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 중요한 건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이 이웃 나라, 주변 사람들과 평화롭게 상생하는 것이다. 그 점을 명심해야 한다. 중국을 무조건 미워할 필요도, 부러워할 필요도, 우러러 볼 필요도 없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함께 잘 지낼 방법을 찾으면 된다. 그러기 위한 여러 지혜를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식이 아니라 생활 속 지혜를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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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래컴 나만의 걸작을 만드는 컬러링북
데이비드 존스.데이지 실 지음, 경규림 옮김 / 씨네21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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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색칠 놀이

ㅇ어렸을 때 크레파스, 색연필, 싸인펜, 물감 등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서 그림도 그리고 색칠하면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미술 수업 시간 이후로는 그림그리거나 색칠할 일이 전혀 없었다. 가끔 노트에 펜으로 낙서를 했지만 색깔을 칠하진 않았다. 컬러링북이 한창 유행할 때도 어른이 색칠 놀이를 한다고? 왜? 굳이 돈과 시간을 써서 어린이처럼 색칠하면서 '힐링'을 한다고?

오히려 스트레스받을 거 같았다. 예쁘게 칠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정답은 없다. 내 마음대로 칠하면 된다

직접 해 보기 전엔 몰랐는데 해 보니까 은근 재밌다. 처음엔 어디서부터 칠해야 하나, 언제 이걸 다 칠하나 막막했는데 일단 내가 칠하고 싶은 방식으로 여기저기 색을 칠하니까 흥이 났다. 정해진 색을 칠해야 하는 것도, 한꺼번에 다 칠해서 무조건 완성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칠하고 싶은 만큼, 칠하고 싶은 색으로 맘껏 칠하고 그만하고 싶으면 언제든 그만해도 된다. 누구도 내가 칠한 색이 예쁘다, 별로다, 이상하다 평가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나만의 '걸작'을 만들면 된다.


섬세하게 칠할 수 있는 아서 래컴 컬러링 북

아서 래컴 컬러링북은 살짝 난이도가 높다. 나처럼 컬러링북이 처음이거나 색칠에 소질이 없는 사람에겐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만큼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예쁘게 칠하고 싶다는! 오히려 살짝 어려워야 더 몰입할 수 있다. 칠하는 재미뿐만 아니라 아서 래컴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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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상담소 - 뇌과학과 정신의학을 통해 예민함을 나만의 능력으로
전홍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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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정말 예쁘고 아기자기하다. 커버를 벗기면 선명한 초록색 표지가 나타난다. 제목도 마음에 쏙 든다. 그냥 예민한 게 아니라 '매우(x10000000)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상담소라니! 딱 나를 위한 책(상담소)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예민하다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검색하면 이렇게 나온다.

「1」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2」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감각이 지나치게 날카롭다. *「3」 은 생략.


이 책은 예민함을 「2」번보단 「1」번의 뜻으로 해석한다. 예민함이 단점이나 약점이 아니라 잘 관리하면 '멋진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의학적,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설명한다. 무조건 괜찮다, 예민해도 된다. 원래 그런 거라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여라, 마음을 편하게 가져라 등등 하나 마나 한, 의미 없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소리를 늘어 놓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는 '의사(전문가)'다. 권위자의 말을 무조건 맹신할 순 없겠지만 의사이면서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진심으로 도와 온 사람의 이야기라면 믿을 수 있다. 아니 저절로 믿게 된다.


이 책은 불안, 우울, 트라우마, 분노를 중심 주제로 여러 사람의 상담 사례를 다룬다. 다양한 사람의 가지각색의 상황과 고민을 접할 수 있다. 5부 '실천편'에서는 아주 친절하게 예민함을 나만의 장점으로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제시한다. 어렵지 않다.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정말 효과가 있을까? 살짝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이 정도면 시도해 봐도 좋겠다!는 마음도 동시에 든다.


"너 왜 이렇게 예민해?", "그렇게 예민해서 사회생활 어떻게 하려고?", "예민하게 굴지 마" 이런 말을 한 번이라도 들어 본 적이 있다면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할까', 나도 '둔감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종종) 한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봤으면 좋겠다. 당장 해답을 찾고 문제를 해결할 순 없어도 예민함 때문에 고민하고 고생하다가 나름의 해결 방법을 찾아 자신의 삶을 멋지게 꾸리고 


예민함을 장점으로 바꿔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 큰 위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하루를 버틸 에너지가 매우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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