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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쓰다가 - 기후환경 기자의 기쁨과 슬픔
최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평점 :
우리는 지구를 잘 '쓰고' 있을까?
13년 차 환경 전문 기자 최우리는 묻는다. 지구를 잘 '쓰고' 있냐고. 충분히 '에코'하게 살고 있냐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책에는 전문적으로 기후위기를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방안이 담긴 것도, 에코 라이프를 실천하는 이야기가 담긴 것도, 환경 이슈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기자의 이야기가 담긴 것도 아니다. 기자이자 지구를 잘 '쓰고' 싶은, 더 에코하게 살고 싶은 최우리의 생활과 생각이 담겨있다.
왜 우리는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할까?
나를 위해, 그리고 지금 여기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월말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종말을 걱정하는 건 사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월말을 걱정하는 자에게도 많은 부를 축적하고 누리는 자에게도 '종말'은 성큼성큼 다가온다. 지금 말하지 않으면 내 삶도, 이웃의 삶도 한꺼번에 붕괴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피해를 보지만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예민하다는, 지나치다는,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비난에 맞서 환경 문제를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한다. 또 이런 다고 뭐가 달라질까? 생각하지 말고 일상에서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한다. 때로 에코하지 않은 순간이 있더라도 좀 더 에코해지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쓰레기는 절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쌓이고 또 쌓인다.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 지구 어딘가에 내가 쓰고 버린 쓰레기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을 것(141)"이라고 최우리 기자는 지적한다. 내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쓰레기가 영영 지구 밖, 우주 밖 어딘가로 사라지는 건 아니다. 어딘가에 차곡차곡, 지금도 계속 쌓이고 있다. 일단 내 눈앞에서 치워버리기만 하면 그만일까? 열심히 분리수거 했으니까 괜찮을까? 아니다. 분리수거를 생각하기 전에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에 자기가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만드는지 인식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최우리 기자의 이야기를 통해 환경 문제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특히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문제는 '경제' 문제와 직결된다는 걸 지적한 지점이 흥미로웠다. 흔히 환경은 경제와 대립된다고 보지만 궁극적으로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게 에코 라이프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안을 찾고 실천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 내 삶에서 에코 라이프를 시작해 보려 한다. 때때로 실패하고 뒷걸음질치더라도 조금씩, 천천히, 같이 노력하는 사람이 곳곳에 있다는 걸 기억하면 덜 외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