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 - 부패의 역설이 완성한 중국의 도금 시대
위엔위엔 앙 지음, 양영빈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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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 경제적 번영의 역설적 관계


부패는 본질적으로 수량화하거나 측정하기 어렵다. 측정할 가치가 있는 걸 측정해야 하지만 그게 어려울 때 측정할 수 있는 것을 측정하고 그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런 실수는 부패와 경제적 번영의 역설적 관계를 간과하도록 만든다. 저자는 이 점을 논리적 근거와 통계 자료를 토대로 명쾌하게 분석하고 지적한다. 부패를 1차원적으로 이해하면 부패와 경제적 번영의 관계를 왜곡하게 되며 부패한 중국이 성장하는 이유도 파악할 수 없다.


떠돌이 강도가 아닌 '정주형 강도'


(부패한) 중국 관료는 강도질하고 도망가고 또 다른 곳에서 같은 짓을 반복하는 떠돌이 강도가 아니다. 이익 공유제를 통해 자신의 이익과 동시에 지역 성장을 추구하는 관료는 '정주형 강도'다(29쪽). 이곳을 떠나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자기 이익만을 취하는 떠돌이 강도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익을 추구한다.


부패 지수를 세분화하기


나라별로 다른 부패 구조, 질적인 편차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부패 지수를 세분화해야 한다. 이 지표를 UCI(46쪽)라고 부른다. 이는 바늘도둑, 소도둑, 급행료, 인허가료로 분류한 네 범주를 통해 나라별 부패의 질적 차이를 뭉뚱그리지 않고 드러낸다. 부패를 단일 수치로 살펴보면 부패의 중요한 구조적 차이를 놓칠 수 있다(63쪽). 부패의 양뿐만 아니라 질, 질적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부패했음에도 성장하는 게 아니라 부패했기 때문에 성장한다?


부패가 경제 성장에 좋은가? 나쁜가? 부패는 척결가능한가? 불가능한가? 이런 이분법적 구분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패는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도, 경제와 사회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단순한 분석으로는 이 영향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패의 구조적 다양성, 질적 차이, 변화하는 방식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부패와 성장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


이 책은 부패와 성장의 관계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도록 만든다. 부패는 균일하지 않으며 구조적, 질적으로 다양하다는 걸 강조한다. 부패는 곧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나라 발전을 막는다는 이분법적 사고에 균열을 낸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선언적 주장에 그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통계 수치와 논리적 근거들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명쾌한 결론을 내리도록 해 주는 게 아니라 부패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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