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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오후 두 시의 기억 - 북유럽에서 만난 유쾌한 몽상가들
박수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유럽 여행에 대한 꿈은 항상 있다.
게다가 백야가 짱짱한 그 하늘 아래 고요하게 살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피부가 하얗다 못해 투명한 북유럽의 사람들을 생각해보며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면서도 어디더라?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지도를 먼저 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있다.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의 정확한 위치도 잘 모르겠다.
그런 나같은 사람을 위한 약간의 팁이 있다.
스톡홀름에는 북구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 모두 있다. 청명한 하늘, 시내 곳곳에 들어찬 깨끗한 바다와 요트들, 맑고 찬 공기, 바로크풍의 오래된 건물들, 자유로우면서도 질서 잡힌 옛 거리들, 아름답고 세련된 사람들, 런던이나 파리처럼 탄성이 터져 나오는 화려한 도시는 아니지만 스톡홀름에는 사람의 마음을 은근히 파고드는 깊고 고상한 멋이 있다.
스톡홀름 中 332-333
어쨌든
특이한 이력-철학에서 문학으로 역사로(책에 나온 글쓴이의 친구 말처럼 한 단계 나아갈수록 돈을 버는 것과는 거리가 먼~~~~^^)-의 글쓴이가 웁살라에서 공부를 하던 시절에 만난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다.
스웨덴의 웁살라에서 한 학기는 포르투갈의 코임브라 대학에서 마지막 학기엔 다시 스톡홀름에서의 2여 년 간의 체류기 중 겪게 되는 일상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고 느끼고 있다.
물론 그 나라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유럽 중에서, 북유럽 중에서도 국제적인(?) 분위기의 웁살라에서 만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Ⅲ. 19,300킬로미터의 문화 차이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들은 심층적으로 분석한 것처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웨덴에서 한국여성을 생각하다’와 ‘루이비통 걸’ 같은 경우 늘 그런 분위기에 묻혀 인식하지 못했던 한국여성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비판의 눈으로 생각하게 됐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
매스컴을 장악하여 눈요기거리인 귀염둥이를 생산해내는 것도 남성이고, 여성 기상캐스터가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면 그 자리를 허리가 잘록한 젊은 여성으로 대체하는 것도 남성 권력이다. 임산부가 일기예보하는 걸 보고 놀라는 나를 의아해하는 스웨덴 남성들과, 태어날 때부터 예쁜 앵커와 예쁜 쇼호스트만을 보고 자라나 한국 남성들의 의식은 과연 얼마나 차이가 날까. 1세기 동안 남녀평등 철학을 사수해온 사회민주주의의 세례를 받아 본 적이 없는 한국 남성들은 여성들이 그러 만만한 소유물로 남아 있기를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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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경우 국회에서 여성 의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47퍼센트이고, 입법부․고위 임직원․행정관리직에서 일하는 여성은 30퍼센트, 전문기술직은 51퍼센트이다. 한국은 여성 국회의원이 13.4퍼센트, 입법부․고위 임직원․행정관리직은 8퍼센트, 전문기술직은 39퍼센트다. 한국 여성은 남성이 1의 임금을 받는다면 0.4의 임금을 받는다(스웨덴 여성들은 0.81로, 이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남성들과 동일한 노동을 해도 동일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네 항목을 종합한 것이 ‘여성 권한 척도’인데, 93개중 중 스웨덴은 2위이고 한국은 64위다.
스웨덴에서 한국 여성을 생각하다 中 172
나와 있는 수치나 놀랍다. 하지만 이 수치를 떠난 너무나 당연하게 봤던 매스컴의 예쁜 기상캐스터나 쇼호스트 이야기는 뒷맛이 쓰다.
오후 두 시에서 세 시 사이가 되면 나는 글을 쓰다 말고 꼭 고개를 들고 거리를 내다본다. 거리에는 천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나는 이 시각의 어둠을 좋아한다. 스웨덴의 어둠에는 특별한 게 있다. 갑자기 어둠이 오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부드럽게 밀려온다. 푸른 물감에 검은 물감이 번지는 듯이 푸를 대기는 어둠을 조용히, 오랫동안 감싸고 있다. 신비로운 어둠 中 276-277
언젠가는 스톡홀름의 두 시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