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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번쯤, 스페인 - 스페인 곳곳에 숨어 있는 작은 마을을 가다
박성진 지음 / 시드페이퍼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사실 내겐 로마 수로교가 서기 50년경 지어졌고 15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물을 끌어왔다는 사실보다 더 놀라운 것이 있다. 높이 28미터에 달하는 수로교가 어쩌면 이렇게 날렵하고 균형 잡힌 몸매를 소유할 수 있단 말인가! 공중에 매달린 163개의 아치는 또 어떠한가. 그 모습은 큰 키, 마른 체형에도 불구하고 육감적으로 섹시한 몸매를 가진 슈퍼모델과 다를 바 없었다. 게다가 접착제로 작용하는 회반죽을 한 방울도 사용하지 않고 화강암만 쌓아 이런 이기적인 몸매를 빚어냈다니 다른 수로교와는 차원이 다른 그야말로 천연 미인이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찾아라-세고비아 Segovia 중 19p
세고비아의 로마 수로교를 이렇게 표현할 수가 있다니...
과거 수도 였던 똘레도가 내겐 더 인상적이었는데,‘어느 한 쪽에 손을 들어야 한다면 내게 그곳은 세고비아일 것(17p)'이라 하니 다시 돌아봐야 하나 고민됐다.^^
까스띠야 이 레온 아라곤, 가스띠야 라 만차, 안달루시아, 깐다브리아 아스뚜리아스, 엑스뜨레다루아, 까딸류냐 등 스페인 전역의 20개의 작은 마을을 돌아본다.
북부 지방이 조금 작기는 하다.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등 많이 알려진 도시들도 박성진씨가 쓰게 된다면 조금 다르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를 해본다.
건축을 전공한 글쓴이지만 건축물에만 기대지도 않고, 유명 장소만 다니지도 않고,
야간 버스 매니아로 곳곳을 다니며 돌아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실 스페인을 여행하기 전에 여러 권을 읽었고, 또 여행 중 함께 한 책이, 다녀와서도 몇 권을 읽었는데, 제일 괜찮다.
봄 궁전으로 사용된 아란후에스
돈키호테의 풍차 마을이 아닌 데도, ‘문학적 판타지에 더 어울리는 드라마틱한 풍경(71p)'을 가진 콘수에그라
산 빠블로 다리를 건너 들어가야 하는 꾸엔까와 누에보 다리로 건너는 또다른 절벽 도시 론다
장엄한 암석과 고인들의 마을 안떼께라
안달루시아의 지중해 바닷가 마을 따리파와 네르하, 달리의 마을 까다께스,
알타미라 동굴이 있는 깐따브리아의 마을 산띠아나 델 마르
안토니오 가우디 하면 생각나는 바르셀로나인데, 초기 가우디 작품 까쁘리초를 볼 수 있는 꼬미야스
스페인 제1호 국림공원 삐꼬스 데 에우로파의 마을 꼬바동가
세고비아의 로마수로교와 비교되는 로마수로교와 로마 원형 극장이 있는 메리다까지
다시 가게 된다면 꼼꼼히 돌아보고 싶다.
여행이라는 건 근본적으로 낯선 세상에 자신을 내동댕이치는 가혹행위다. 걷고, 참고, 다투고, 기다리고, 배고프고, 피곤하다. 그래서 평소엔 별것도 아닌 주위의 작은 요소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만다. 동행자의 성깔과 까탈, 구수한지 구린지 헷갈리는 향토 음식, 고립적인 지역의 언어와 문화, 예상대로 예보를 빗겨가는 날씨 그리고 여행자의 육체적 심리적 상태 등등. 이 모든 것이 여행의 성패에 크고 작게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빼어난 금수강산이라도 직접 가보지 못한 이에게는 방구석에 걸린 사진만 못한 법이다.
그 많던 정원의 딸기는 누가 다 먹었을까?-아란후에스Aranjuez 중 47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다시 짐을 꾸릴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