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론
 - 최영미

 

 

 

사랑이 올 때는 두 팔 벌려 안고
갈 때는 노래 하나 가슴속에 묻어놓을 것
추우면 몸을 최댈한 웅크릴 것
남이 닦아논 길로만 다니되
수상한 곳엔 그림자도 비추지 말며
자신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지 말 것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아예 하지도 말며
확실한 쓸모가 없는 건 배우지 말고
특히 시는 절대로 읽지도 쓰지도 말 것
지나간 일은 모두 잊어버리되
엎질러진 물도 잘 추스려 훔치고
네 자신을 용서하듯 다른 이를 기꺼이 용서할 것
내일은 또 다른 시시한 해가 떠오르리라 믿으며
잘 보낸 하루가 그저 그렇게 보낸 십년 세월을
보상할 수도 있다고, 정말로 그렇게 믿을 것
그러나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인생은 짧고 하루가 길더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인터뷰를 읽다가 그의 책이 추천도서에 있었다. 뭐 그런 걸 꼭 염두에 두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의 인터뷰라....하지만 책방을 돌다 적장 고르게 된 성석제의 책은 그 인터뷰에서 본 책이 아닌 이 책이 되고 말았다.


짧은 호흡의 소설집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특이하게도 그의 책은 장편소설보다는 소설집만 읽어버린 꼴이 돼버렸다. 하지만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는 않았다.
그의 글을 읽으면 가속도가 붙는 느낌이다. 물론 호소력 있는 문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물의 특징만을 잘 살려 그려진 이야기는 흥미롭다.

커리커쳐를 그릴 때 그 대상의 포인트가 되는 점을 콕 찍어 빠른 순간에 특징이 두드러지도록 한다던가? 그의 글 속에 나오는 인물들이 바로 그런 커리커쳐처럼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우리 근방의 사람들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런 사람 하나 있었으면...

- 도종환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 도종환의 시집 [다시 피는 꽃]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도반
-이성선

 

 

 


벽에 걸어놓은 배낭을 보면
소나무 위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 같다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의 길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
지게 지고 가는 이의 모습이 멀리
노을 진 석양 하늘 위에 무거워도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혹은 걸어가는
저 삶이 진짜 아름다움인 줄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을까
알고도 애써 모른 척 밀어냈을까
중심 저쪽 멀리 걷는 누구도
큰 구도 안에서 모든 나의 동행자라는 것
그가 또 다른 나의 도반이라는 것을
이렇게 늦게 알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는 지금

**
도반(道伴)이란, 같은 길을 함께 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끝줄을 되뇌어보니 마음이 아프다. 바로 얼마 전에 시인은 배낭을 땅에 가만히 내려놓고 일찍도 저세상으로 가고, 시만 이렇게 남았다. 결코 길지 않은 생을 그는 새의 길처럼 무던히도 가볍게 건너가려고 하였다. 강원도와 설악산의 맑은 자연 풍관이 시의 태반이었고, 마지막 목적지였다.
[바람난 살구꽃처럼]-안도현이 가려 뽑은 내 마음의 시 中 32-33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영화를 만나고 영화도 꽤나 인상적이었지만,  영화내내 흐르던 음악은 더 인상적이어서, O.S.T를 만나게 됐는데, 계속 걸어두고 어지간히 들었던 기억이 있다.  

string이 많아서 그런지 다소 Classical한 분위기가 많다. 그러면서도 영화 속 배경이 에스파냐라서인지 보사노바풍의 곡들도 함께 있어 지루하지 않다.

대체로 앨범을 구입할 때 아는 곡이 몇 곡 정도는 되어야 구입하곤 했지만, 이 앨범은  영화 속에서 직접 나와 연주하던 벨루소 Caetano Veloso 의 [Cucurrucucu Paloma]만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후회스럽지 않은 O.S.T였다.

서늘해지는 가을에 더더욱 어울릴만한 앨범이라 다시 오디오에 걸어두고 들어봐야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