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반
-이성선

 

 

 


벽에 걸어놓은 배낭을 보면
소나무 위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 같다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의 길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
지게 지고 가는 이의 모습이 멀리
노을 진 석양 하늘 위에 무거워도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혹은 걸어가는
저 삶이 진짜 아름다움인 줄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을까
알고도 애써 모른 척 밀어냈을까
중심 저쪽 멀리 걷는 누구도
큰 구도 안에서 모든 나의 동행자라는 것
그가 또 다른 나의 도반이라는 것을
이렇게 늦게 알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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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道伴)이란, 같은 길을 함께 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끝줄을 되뇌어보니 마음이 아프다. 바로 얼마 전에 시인은 배낭을 땅에 가만히 내려놓고 일찍도 저세상으로 가고, 시만 이렇게 남았다. 결코 길지 않은 생을 그는 새의 길처럼 무던히도 가볍게 건너가려고 하였다. 강원도와 설악산의 맑은 자연 풍관이 시의 태반이었고, 마지막 목적지였다.
[바람난 살구꽃처럼]-안도현이 가려 뽑은 내 마음의 시 中 32-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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