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깊은 집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5
김원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마당 깊은 집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소 낭만적인 제목이다 생각했었다, 무지의 소치로...예전의 집의 모양 중 마당이 푹~ 꺼진 집이란 걸 모르고..


육이오 전란 직후인 진영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불목하닌 노릇을 하고 있던 내가 가족들과 떨어져 있다가 대구시로 와서 한솥밥을 먹게 되는 1954년 4월부터 마당 깊은 집에 세들어 살던 이들이 모두 신축 공사로 이사 나가게 되는 약 1여 년 동안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전쟁의 상처로 온전한 가족의 형태를 지니고 있지 못한 4가구와 주인집 이야기가 주로 이긴 하지만 모든 군상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쟁통에 사라져버린 아버지 때문인지 장남에게 엄청난 책임감을 지우는 듯 하면서 기대려는 삯바느질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무뚝뚝한 어머니와 신문을 돌리며 그 중압갑에 차츰 어른이 되어가는 화자..길남이..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지금의 우리네들보다 빠르게 세상을 알아가고 삶에 시들어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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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우리가...

- 원태연

 

 

 

때로는 그대가
불행한 운명을 타고났으면 합니다
모자랄 것 없는 그대 곁에서
너무도 작아 보이는 나이기에
함부로 내 사람이 되길 원할 수 없었고
너무도 멀리 있는 느낌이 들었기에
한 걸음 다가가려 할 때
두 걸음 망설여야 했습니다

때로는 내가
그대와 동성이기를 바라곤 합니다
사랑의 시간이 지나간 후
친구도 어려운 이성보다는
가끔은 힘들겠지만
그대의 사랑얘기 들어가며
영원히 지켜봐 줄 수 있는
부담 없는 동성이기를 바라곤 합니다

때로는 우리가 원수진 인연이었으면 합니다
서로가 잘되는 꼴을 못보고
헐뜯고 싸워가며
재수 없는 날이나 한번 마주치는 인연이었으면
생살 찢어지는 그리움보다는
차라리 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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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er  Image에서 퍼옴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로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 다림에게 보낸 부치지 못한  정원의 편지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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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났습니다

-이정하

 

 

 

그를 만났습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반갑게 차 한 잔 할 수 있는

그를 만났습니다.

방금 만나고 돌아오더라도
며칠을 못 본 것 같이 허전한

그를 만났습니다.

내가 아프고 괴로울 때면
가만히 다가와 내 어깨를 토닥여주는

그를 만났습니다.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는 날이면
문득 전화를 걸고 싶어지는

그를 만났습니다.

어디 먼 곳에 가더라도

한 통의 엽서를 보내고 싶어지는

그를 만났습니다.

이 땅 위에 함께 숨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마냥 행복한

그를 만났습니다.

 

 

 

이정하 시집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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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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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작가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싶다. 제목부터 특이했는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남달랐다.

죽은 이도, 나무도, 개도, 그림 속의 말馬도, 심지어 금화金貨까지 이야기를 해대며 화자들이 각 장 별로 바뀌고 그 화자들은 '다 알고 있지 않냐'며 버젓이 독자들에게 말을 건다.
1500년 대 터키를 배경으로 세밀화를 그리던 시대에 베네치아 풍의 사실화를 받아들이는 문제로 인한 살인이 있고, 그 살인자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다시 살인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구성된다.

그림 그리기의 방식이 달리 하면서 이슬람의 세력을 뺏겨 가게 될 것이므로 결사적으로 말리는 무리와 새로운 기법을 받아들이려는 또다른 화원들 사이에서 죽음을 부르게 되고 그러한 내용을 추리의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이니시테가 마지막 그림에서 뻔뻔스럽게도 사용했다. 그 그림에서는 유럽인들의 그림에서처럼 사문이 신의 마음 속의 중요성을 따르지 않고 우리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려졌다고 하더군. 그건 아주 커다란 죄라는 거야. 이슬람의 칼리프인 우리 술탄을 개와 같은 크기로, 그린 건 두 번째 죄라고 했네. 세 번째 악마를 같은 크기로, 게다가 사랑스럽게 그린 점이라고 하더군.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능가하는 큰 모욕은 물론 그림에 유럽인의 관점을 수용하여 술탄의 얼굴을 크고 실물처럼 세세하게 그린 거라는 거야. ~'(2권 301~302p)

그 와중에서도 결정적 베네치아의 화법의 따르는 이 에니시테의 딸인 세큐레와 그를 사랑하였지만 결국 한참을 떠돌다 돌아오게 된 카라와의 사랑이야기도 함께 어울어져 얽혀 있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한 일간지에서 작가 박영한과 대담한 작가 오르한 파묵의 이야기를 읽었는데, 뉴욕 미술관에서 그림을 뜯어보며 문화 충돌을 연구하여 글을 쓰면서 육필원고 곳곳에 새까맣게 더께가 앉을 정도로 퇴고를 봤다고 한다. 그런 노력 끝에 만들어진 작품이라서인지 완성도가 높은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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