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터키 작가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싶다. 제목부터 특이했는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남달랐다.

죽은 이도, 나무도, 개도, 그림 속의 말馬도, 심지어 금화金貨까지 이야기를 해대며 화자들이 각 장 별로 바뀌고 그 화자들은 '다 알고 있지 않냐'며 버젓이 독자들에게 말을 건다.
1500년 대 터키를 배경으로 세밀화를 그리던 시대에 베네치아 풍의 사실화를 받아들이는 문제로 인한 살인이 있고, 그 살인자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다시 살인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구성된다.

그림 그리기의 방식이 달리 하면서 이슬람의 세력을 뺏겨 가게 될 것이므로 결사적으로 말리는 무리와 새로운 기법을 받아들이려는 또다른 화원들 사이에서 죽음을 부르게 되고 그러한 내용을 추리의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이니시테가 마지막 그림에서 뻔뻔스럽게도 사용했다. 그 그림에서는 유럽인들의 그림에서처럼 사문이 신의 마음 속의 중요성을 따르지 않고 우리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려졌다고 하더군. 그건 아주 커다란 죄라는 거야. 이슬람의 칼리프인 우리 술탄을 개와 같은 크기로, 그린 건 두 번째 죄라고 했네. 세 번째 악마를 같은 크기로, 게다가 사랑스럽게 그린 점이라고 하더군.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능가하는 큰 모욕은 물론 그림에 유럽인의 관점을 수용하여 술탄의 얼굴을 크고 실물처럼 세세하게 그린 거라는 거야. ~'(2권 301~302p)

그 와중에서도 결정적 베네치아의 화법의 따르는 이 에니시테의 딸인 세큐레와 그를 사랑하였지만 결국 한참을 떠돌다 돌아오게 된 카라와의 사랑이야기도 함께 어울어져 얽혀 있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한 일간지에서 작가 박영한과 대담한 작가 오르한 파묵의 이야기를 읽었는데, 뉴욕 미술관에서 그림을 뜯어보며 문화 충돌을 연구하여 글을 쓰면서 육필원고 곳곳에 새까맣게 더께가 앉을 정도로 퇴고를 봤다고 한다. 그런 노력 끝에 만들어진 작품이라서인지 완성도가 높은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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