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와서 처음에 나를 힘들게 했던 건 지저분함, 소음, 더위 등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보다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건 바로 인간에 대한 실망이었다. 여행자를 상대로 계산을 속이고, 사기를 치고, 사람을 돈으로만 보고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례함과 무책임한 행동들. 여행 책자에 떡하니 쓰여 있던, 영적인 빛으로 충만한 신들의 대지라는 문구는 어디로 가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혼돈으로 충만한 무개념의 대지라니. 인도는 명상을 하는 나라가 아니라 명상을 하게 만드는 나라라고 하더니, 인도에서 참 많이 참고 인내하는 법을 배우게는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델리에 와서 며칠 만에 인도 사람들에 대한 나의 신뢰는 거의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급강하했다. 급기야 너희들이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겠다는 말까지 튀어나올 지경이었으니까. 인간에 대한 예의 중-34쪽
언젠가 인도 사람들은 왜 이렇게 다 나쁘냐고 묻자 한 인도 청년은 이렇게 대답했었다. "사람의 열 손가락은 모두 같은 손가락이지만 다 다르게 생겼어. 인도 사람들도 모두 같은 사람이지만 다 다르기 마련이야. 인도에는 사람을 속이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아." 나중에 인도를 떠나게 될 즈음에는 나도 알게 되었다. 인도에는 곪고 거친 손가락도 있지만 예쁘고 곧은 손가락도 많이 있다는 사실을. 인간에 대한 예의 중-39쪽
누군가에게 잊혀지는 것, 누군가를 잊는다는 것. 인간에게 망각은 슬픔이 아니라 축복이다. 한때는 너무도 바라고 원했던 그 소원은, 그리고 너무도 바라고 원했던 그 소년은, 평생 내 심장에 끼얹어진 소금처럼 아릴 것만 같았던 그 기억들은 이젠 아스라해졌기에 지금의 나는 행복하다. 마법에 걸린 밤 -51-52쪽
깜깜한 날에는 울어도 괜찮다. 비오는 날에는 울어도 괜찮다. 깜깜하고 비가 와 마음이 질퍽한 날에는 울어도 괜찮다. 눈물로 내 눈을 씻고 나면 더 밝은 세상이 보이는 법이니까. 그런 날에는 6살 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어도 괜찮다. 괜찮다.
여섯 살 아이처럼 중-98쪽
내 삶이 길을 잃은 것 같으면 길을 떠나봐. 내 삶이 꿈을 잃은 것 같으면 길을 떠나봐. 길 위에서 잃어버린 나를 다시 만나게 될 테니
내 가슴에 바람을 지펴봐 중-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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