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에서와 달리 지금 사람들이 마법의 과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건 당장의 물리적이고 물질적인 필요보다는 대체로 추상적이고 감정적인 문제 때문. 과열된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수소를 가득 담은 풍선만큼이나 끝없이 상승할 수 있다. 감정과 풍선의 공통점은 비가시권의 높이에서 제풀에 폭발해버린다는 것.
그에 비하면 현실이란 그네줄이나 위로 튀어 오르는 공과 같이 얼마나 건조하고 절망적인지. 언제나 눈에 보이는 곳까지밖에 오르지 못하며, 땅이 잡아당기는 힘을 뿌리치지 못하고 다시 내려오니까.
체인 월넛 프레첼과 마지팬 부두 인형 중-139쪽
머릿속에서 이성의 목소리가 내게 말을 건넨다. 추억은 그래도 상자 속에 박제된 채 남겨두는 편이 좋아. 그 상자는 곰팡이나 먼지와 함께, 습기를 가득 머금고서 뚜껑도 열지 않은 채 언젠가는 버려져야만 하지. 환상은 환상으로 끝났을 때 가지 있는 법이야. 한때의 상처를 의탁했던 장소를 굳이 되짚어가는 건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아.
아직도 어린 시절의 마법 따위를 믿는 녀석은 어른이 될 수 없다고.
그러나 나는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더욱 빨리 달린다. 추억이라니. 환상이라니. 그 모든 것은 내게 있어서는 줄곤 현재였으며 현실이었다. 마법이라는 것 또한 언제나 선택의 문제였을뿐 꿈속의 망중한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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