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오영욱 지음 / 샘터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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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다시 시작된 남미에서, 아프리카를 돌아 유럽에 이르는 일 여 년이 넘는 여행의 흔적들...

펜으로 그린 스케치는 요근래 보게 되는 현란한 컬러 사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섬세한 감각을 엿볼 수 있고, 많지 않은 나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여행의, 삶의 무게를 느낄 수도 있다.  

 

유럽에서는 여행 중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할 기억들을 만들어가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다만, 어쩌면 내가 그들을 다소 피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에게 있어 여유는 한가한 해변에서보다 북적거리는 도시에서 더욱 짜릿하게 느낄 수 있다.

여행에 있어 포기할 줄 안다는 것은 꽤 유용한 기술이다. 내 앞에 놓인 서너 개의 선택 앞에서 하나만을 취하면서 다른 것들을 먼 훗날로 미룰 수 있는 여유가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어쩌면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사가 그러하듯 버린 만큼 얻을 수 있는 것이고, 가끔은 과감한 포기가 더 큰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나에게 여유는 그런 것이다.

다시, 여행을 떠나며 309 
 

 

오랜 기간의 여행으로 시간에 쫒겨 다니던 내게 여행에서의 여유로움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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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오영욱 지음 / 샘터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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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즈막이 일어나 바다를 보면 간단한 아침을 먹고
그늘에 앉아 파도소리를 음악 삼아 책을 뒤적거리다가
한적한 해변을 걸어 작은 레스토랑에 들어가 버섯버거를 먹고
오후 햇살을 피해 침대로 돌아와 달콤한 낮잠에 빠지고
늦은 오후 햇살 아해 바람에 머리카락을 맡기며 책을 읽고
이것저것 몽땅 집어넣어 직접 만든 저녁을 먹고
호스텔 내의 바에 가서 남아공산 맥주를 마시며
가볍게 취하고 나니
어느덧 자정이 되어버렸다.

의식을 놓아버린 바로 그 느낌.

남아프리가 공화국 중 -77쪽

코끼리들이 어슬렁거리는 남아프리카의 초원에서
지금까지 나도 모르던 지난 여행들의 이유를 찾아냈다.
여태껏 살아왔던,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나의 ‘현재’들 자체가
어찌 보면 하나의 긴 여행길이었던 것이다.

모든 이들이 각지 다른 자신들의 여행에 나선 가운데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먼 길을 돌아가는
작은 중간역.

남아프리가 공화국 중 -88쪽

슬럼프에 빠져버렸다.
슬럼프는
언젠가는 극복될 운명을 갖고 있기 때뭉에
존재가지차 있는 것이지만
몸이 아픈 것과 함께 와버리니
기약 없는 무기력에
빠지고 말았다.

네델란드 중 -200쪽

인생은
가끔 무대 위의 주인공인 가수도 되어보고
가끔 무대 뒤의 우직스런 스탭도 되어보고
가끔 무대 앞의 열광하는 관중도 되어보고
가끔 무대 밖의 지나가는 행인도 되어보는
것.

베네치아 중 -278쪽

‘절절’으로 치닫기에는 갑자기 모든 것들이 이전 세계의 현실과 가까워져 버렸다.
인정하고 이해하자.
소설이나 영화가 아닌 것이다.
지루하면서도 자극적인 ‘전개’만이
콩나물처럼 이어져 있는 것이 이 세계의 현실이라
인정하고 이해하자.

내겐 여전히 미움이 존재한다.
그 미움은 밤사이에 꿈으로 인지된다.
사실 그건 매우 비겁하고 어가 없는 일이다.
미워하는 것 말ㄹ고도 세상에는 할 일이 무척 많고,
미운 대상 말고도 꿈에 나타날 것들은 무궁무진할 텐데 말이다.

런던 -298쪽

유럽에서는 여행 중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할 기억들을 만들어가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다만, 어쩌면 내가 그들을 다소 피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에게 있어 여유는 한가한 해변에서보다 북적거리는 도시에서 더욱 짜릿하게 느낄 수 있다.
여행에 있어 포기할 줄 안다는 것은 꽤 유용한 기술이다. 내 앞에 놓인 서너 개의 선택 앞에서 하나만을 취하면서 다른 것들을 먼 훗날로 미룰 수 있는 여유가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어쩌면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사가 그러하듯 버린 만큼 얻을 수 있는 것이고, 가끔은 과감한 포기가 더 큰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나에게 여유는 그런 것이다.

다시, 여행을 떠나며 중-3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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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라는 것 - 아내들은 알 수 없는 남편들의 본심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구계원 옮김 / 열음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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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란 겉으로는 자신만만하고 우쭐한 태도들 보이면서고, 속으로는 우유부단하고 마음이 약하며 응석이 심한 존재다. 하지만 남편들의 대부분은 속내를 솔직히 털어놓지 않고 침묵을 지킨다. 그러한 남편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글을 마치며 292P) 쓴 책이라는데 읽어가면 갈수록 이해가 힘들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을 거의 벗어나는 이니까 말이다.

‘별 다른 결심도 없이 대충‘(15) ’슬슬 결혼할 나이가 되었으니까’(13) ‘저 녀석도 했으니까 나도 한다.’(14)해서는 아이를 원하고,(그러면서도 배불뚝이 아내에게 질리게 되어버리는) 안정된 성관계를 확보할 수 있는 상태를 확보했다는 만족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내내 결혼에 들어선 것을 고민한다. 왜냐면 ‘사실 남자는 언뜻 보면 강인해 보이지만 약하고, 완고해 보이지만 무르고, 확신에 찬 것 같지만 항상 흔들리는 존재’(20)이기 때문이다.

그런 남편은 또, 자기 집을 자존심으로 여기고, ‘아내가 전업주부이기를’(142)바라면서도 ‘그러한 생각을 확실히 입 밖으로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남편들도 그것이 얼마나 시대에 역행하는 낡은 생각인지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전투적이고 때로는 화려하게 ‘혁명’ 등을 외치며 행동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의외로 보수적이고 도덕적인 존재다.(216)

집안의 첫째로서 생활하다 보면 많은 책임감을 느끼는 일들에 접하게 되는데, 남편이라는 존재가 생김으로서 그러한 어려움이 있을 때 부담감을 덜어볼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남편이라는 것은 오로지 ‘돈을 벌어다 주는 역할’밖에는 다른 특별한 일(집안일을 거든다거나, 맘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대화조차도....)을 하지 못한다고 와타나베 준이치는 말한다. 대부분의 여성도 직장생활을 하는 요즈음 그렇다면 남편이라는 존재는 왜 필요한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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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동유럽의 골목을 걷다 - 한 소심한 수다쟁이의 동유럽 꼼꼼 유랑기
이정흠 지음 / 즐거운상상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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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이라 하면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만을 많이 떠올리는데,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된 많은 나라들과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을 포함한 이야기라 <론리 플래닛>을 들고 다닌 글쓴이처럼 이 책을 들고 다녀도 역사와 문화를 모두 알 수 있도록 상세하게 나와 있는 매우 꼼꼼한 여행기이다. 
 

또, 요네하라 마리의 <프라하의 소녀 시대>라는 책 덕분에 동유럽 여행 계기가 되었다고 책 첫머리에 명시하고 그 책에 실린 곳들의 추적 덕분인지 특별히 베오그라드의 세르비아 발칸의 역사를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아무도 누가 세르비아인이고 누가 크로아티아인이며 누가 무슬림이냐고 묻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한 인민이었으니까. 그 사실을 어떻게 물릴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걸어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구유고연방 사람들이 다시 하나가 될 이유도, 정당성도 없겠지만, 적어도 예전에는 서로 친구였고 이웃이었고, 협력자였다는 것 정도는 떠올려도 되지 않을까. 그것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증오에 폭력을 줄이는 첫걸음이 될 테니까. 꽃의 집을 방문하는 유고 사람들이 과거의 ‘강한’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추억이나 향수가 아닌, 함께 공존하며 살던 ‘평화로운’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그리움과 앞으로의 평화로운 ‘미래’를 꿈꾸는 거라면 좋겠다. 나 역시, 처절하게 죽고 죽인 이 밭칸의 땅에서 서로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며 공존하는 새 시대가 오기를, 그런 평화의 시대가 오기를 티토의 묘 앞에서 조심스럽게 기원했다.

코소보 [유고 사회주의의 상징 티토의 묘지] 중 363 p

 

짧았던 유고슬라비아와의 인연도 끝이 났다. 과한 감상에 시달렸지만, 그만큼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에서 시작해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서 끝이 난 2주간의 유고슬라비아 여행은 나에게 짙은 흔적을 남겼다. 이제 지도에 유고슬라비아라는 나라는 없지만, 내게는 죽을 떄까지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이제 각기 다른 나라지만, 슬로베니아도 크로아티아도 몬테네그로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도 세르비아도 모두 고맙다는 인사말은 같았다. 흐발라hvala 정말, 진심으로 ‘흐발라’다.

코소보 -[베오그라드의 메이 데이] 중 367p

전쟁의, 또는 내전의 상처로  힘겨운 지역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이 짠해지는 내용이 많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건물 옆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다리가 놓여있기도 했고, 지친 표정으로 구걸하는 사람을 지나면 세상에서 제일 세련된 복장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동유럽은 나의 선입견이 어떻든 아주 특별하기도 한, 그런 곳이었다. 마치 낮과 밤의 경계에서 때로는 어정쩡하게 때로는 독특하게 풍경을 만들어내는 오후 5시처럼 말이다.

작가의 글 [동유럽 여행에 대한 사소하고 솔직한 수다] 중 8

처음에는 화려하게 나와 있는 여느 여행기와는 다르게 화보가 많이 없어 서운한 감이 있었지만, 색감을 죽인 가끔씩 나오는 사진들이 오히려 동유럽의 오후 5시같은 분위기를 제대로 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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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말이 길어지는 어린이 구연동화 25
Various Artists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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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저녁에 이 책 저 책 여러 권 가져와 읽어달라고 해서 일하는 엄마의 게으름 때문에 주변 어르신의 책 읽어주는 엄마를 구하라는 이야기에 사게 된 CD입니다.  

다양한 이야기가 여러 목소리에 담겨 동화를 읆어대는데,  사실 우리 아이는 책을 읽어주는 것에 못따라 가는지 별루 좋아하지 않아 모셔온 '책 읽어주는 엄마(실은 엄마가 아니라 여러 아이들)'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좀 아쉬워요. 

왜? 아이가 별루 좋아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해봤는데  

구연동화내용이 좀 낯선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고, 무엇보다 들을수록 아이들의 구연동화가 발음도 또박또박하지 못해 귀에 거슬려서 어른들이 읽어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게 하구요, '굳이 마지막에 이렇게 합시다.' '저렇게 하지 맙시다.'라는 메세지를 하는 것보다는 아이들에게 물어서 직접 엄마가 그 이야기의 교훈을 이야기 해주는 방식이 더 좋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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