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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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외면일기’를 다시 꺼내놓고 내 발밑에서 생겨난 여러 가지 발견, 관찰, 그리고 일화들로 재구성된 일년 열두 달을 닦고 문질러 광택을 냈다. 중세시대의 화가들과 판화가들이 그린 서민생활의 장면들에서 볼 수 있듯이 독자들은 우리가 걸어가는 길의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인 ‘죽음 부인’의 두건 쓴 실루엣과 여러 번 마주치게 될 것이다. 이 조그만 책이 제공하는 웃음의 기회에 그 부인은 보다 더 심오한 메아리를 보태줄 것이다.
-머리말 中-7쪽

시간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그러나 시간은 또한 우리가 싫어하는 모든 것, 모든 사람들, 우리를 증오하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또 고통, 심지어 죽음까지도 파괴하는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결국 시간은 우리들 자신을 파괴함으로써 우리의 모든 상喪과 모든 고통의 원천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 1월 中-19쪽

귀가 점점 들리지 않는다. 적당한 기계를 맞출 생각으로 보청기상과 만날 약속을 해놓았다. 그래놓고는 자꾸만 약속을 연기한다. 혼자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과연 남들이 하는 얘기를 듣는 게 그리도 중요한 일일까?"
-1월 中-21쪽

지휘자란 대체 무엇에 소용되는 것인지 늘 궁금했었다. 아무리 보아도 내 눈에 그는, 연주자들은 아무리 보아도 내 눈에 그는, 연주자들은 아무도 쳐다볼 생각을 않는데 쓸데없이 자기 혼자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허수아비만 같았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보니 그는 오직 관람객들만을 위해서 안무를 해 보이는 춤꾼임이 분명했다. 그는 연주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펄쩍펄쩍 뛰고 두 팔을 휘젓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하는 일은 자신의 온몸으로 음악을 육화肉化시키는 것이다.
-1월 中-22쪽

사진과 문학, 렌즈의 조리개 열기. 조리개를 적게 열수록 장면의 깊이가 깊어진다. 다시 말해서 풍경의 깊이가 또렷해진다. 반대로 조리개를 크게 열면 겨냥하는 피사체는 또렷해지는 반면 그 나머지는 모두 흐릿하다. 스탕달 : 조리개 3.5 발자크 : 16. 왜냐하면 발자크의 인물들은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환경, 배경, 일화 등과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다시 말해서 조리개를 적게 열어 풍경의 깊이가 잘 느껴지게) 독자에게 소개된다. 반면 스탕달의 인물들은 배경이 흐릿한 가운데, 다시 말해서 배경 제로 상태에서 (조리개를 많이 열어 풍경의 깊이가 없이) 인물 자신만 또렷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2월 中-39-40쪽

흔히 하는 말로 "한쪽 발을 무덤 속에 담고 있다."는 것은 병들어 아프다는 뜻이라기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반을 땅 속에 묻었다는 뜻이겠다.
-2월 中-44쪽

어떤 민족의 가난한 정도는 그 민족의 각종 화려한 축제를 보면 알 수 있다. 반대로 생활수준이 점차적으로 높아지면 각종 축제 행사들이 점차적으로 사라져가게 된다.
-3월 中-65쪽

시몬 베이유 : "인간의 사랑에서 맛볼 수 있는 가장 달콤한 쾌락들 중 하나 :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가 모르는 가운데 봉사하는 것."
-3월 中-72쪽

원하건 원하지 않건, 우리 자신이 의식적으로 전혀 개입하지 않은 채로, 삶이란 ‘여러 시기들’의 연속이다. 규칙적으로 하나의 시기가 끝나면 또 하나의 시기가 시작된다.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 심각한 병, 직업의 변화, 이사, 절교 등등. 흔히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한 페이지가 넘어갔다."는 것을 분위기가 변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7월 中-170쪽

신문을 읽으면서 포르투갈 특산 포르토를 음미한다. 이건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지난 석 달 동안 나는 일체의 알코올성 음료를 입에 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다음 세 가지 질문에 스스로 대답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 나는 금주할 능력이 있는가? 대답 : 그렇다. 2. 금주를 하기가 힘든가? 대답 : 그렇다. 3. 금주를 해서 얻은 이득이 무엇인가? 대답 : 없다.
-7월 中-177쪽

나이가 들어 늙으면 세 가지 위안이 찾아온다 : 돈, 권력, 명성. 여기에 더하여 이 세 가지 선물에 에로틱한 차원이 덤으로 부여된다. 돈이 많고 권력이 있고 유명한 사람은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된다.
-7월 中-178쪽

일 년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달인 이 7월이 끝나가는 것을 보는 슬픔. 당당하면서도 젊음 가득한 이 달은 백합꽃으로 절정에 이르고 보리수 향기가 풍기는, 여름 중에서 으뜸가는 달이다. 8월은 꼼짝도 하지 않는 여름. 서서히 가을의 부패를 향해 기울기 시작한다.
7월 中-183쪽

여행이 점점 더 힘에 겹다. 물론 여행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가 얼마나 비싼가! 이것은 사람들이 극약劇藥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것이다. 여행을 떠날 때 나는 벌써부터 돌아오는 즐거움에 앞질러 집착한다.
-10월 中-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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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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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투브에서 그의 동영상을 보면서 모자라는  그가 정말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암 환자가 맞을까? 하는 의문이 팍팍 드는 밝은 표정에 놀라웠다.
그래서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책으로 다시 꼭 한 번 보려고 했었는데, 늦어졌다.  

재이는 말을 아꼈으므로 강의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우선 내 자신부터 정직하게 들여다봐야 했다. 왜 이 강의가 그렇게 중요한가. 혹시 내 자신에게나 주변사람들에게 난 여전히 잘 살아 있다고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강의를 해낼 만한 강인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과시하려는, 주목 받기 좋아하는 사람의 충동이 아닐까? 모든 질문의 답은 “예스”였다.

난 재이에게 호소했다. “다친 사자라도 여전히 으르렁거릴 수 있는지 알고 싶은 거야. 자만심하고는 다른, 인간에 대한 존엄성, 자부심 같은 것이라고.”
부상당한 사자도 으르렁대고 싶다. 21p


가족들과 보내기에도 바쁜 시간에 마지막 강의를 준비하게 된 그의 이유는 당연했다. ‘내가 보지 못하게 될 미래로 가는 한 방법(21)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섯 살, 두 살, 그리고 한 살의 아이들 때문에 더더욱 강의를 준비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카네기멜론대학의 마지막 강의에서 그가 보내는 메시지는 모두 각각 짧지만 강력하다.
컴퓨터를 전공한 그이지만 강의의 주제는 ‘당신의 어릴 적 꿈 진짜로 이루기‘를 위해서 필요한 몇 가지들이다. 평범한 듯 하지만 영원한 티거인 랜디만이 가질 수 있는 색다름도 있다.

아버지는 인생을 살면서 자신이 주장을 어떻게 협상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조언을 해주었다. “최후의 순간까지 결정을 늦추어라.” 그리고 일에서나 사람관계에서나 설령 내 쪽에 힘이 있다 해도 언제나 공평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 “ 운전석에 앉았다고 해서, 사람들을 치고 다닐 필요는 없는 거니까.”
부모 제비뽑기 42

기초부터 알기. 그것은 그레이엄 코치가 우리에게 준 커다란 선물이었다. 기초, 기초, 기초. 대학교수로 있으면서 많은 학생들이 손해를 보면서도 이 점을 무시하는 것을 보아 왔다.  당신은 반드시 기초부터 제대로 익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화려한 것도 해낼 수가 없다.
59

드디어 모든 훈련이 끝났을 때, 보조 코치 한 사람이 내게 다가와 위로를 했다. “그레이엄 코치가 널 꽤나 힘들게 길들이지?‘ 그가 말했다. 나는 ”네“라는 대답조차도 하기가 힘들었다.
“그건 좋은 거야.” 보조 코치가 말했다. “네가 잘못하고 있는 데도 더 이상 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그건 널 포기했다는 뜻이야.” 61
 NFL 풋볼 선수가 되지는 못했다. 
 

기본에 충실에 기초를 아는 것부터 전심전력으로 노력한다면 이루어지지라는 것은 그의 삶을 예를 들어 확실하게 보여주는 그의 강의에서 좀더 뚜렷이 알 수 있다.

또한, 재발한 암선고에 시한부 인생을 부여받은 그이기에 이런 조언은 좀더 강력하게 새겨진다. 

 

시간은 당신이 가진 전부다. 그리고 당신은 언젠가,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152  


그에게 얼마남지 않은 시간 속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모두 하고 갈 수 있다며 랜디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가 떠나고 난 후 올로 남게 될 재이의 삶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서로 상의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행운’이란 단어는 지금 나의 상황과는 좀 어울리지 않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버스에 치여 죽지 않았다는 것이 정말 행운처럼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암은 나에게 만약 내 운명이 심장마비나 교통사고였다면 불가능 했을, 재이와 중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재이와 나 273 

노력을 많이 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이요르일 수 밖에 없는 새삼 부끄러운 나에게 영원한 티거인 랜디 포시 교수는 정말 나에게 많은 것을 깨우쳐준다.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찾아본 그의 오프라윈프리쇼의 강의와 카네기멜론대학의 강의를 모두 볼 수 있었다. 

그의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 힘들게 진통제를 맞고서, 꿈을 이야기하기 위해 디즈니랜드 이미지네어였을 때 입은 청록색 셔츠를 입고 열정적으로 강의하는 모습을 함께 본 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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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긍정의 한 줄
린다 피콘 지음, 유미성 옮김 / 책이있는풍경 / 2008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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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의 윗 쪽이나 아래 쪽에 매일매일 나올 법한 명언들이 책 한권으로 묶여 있는 것으로, 두께가 두꺼워 커버가 두꺼운 걸 빼면 코트 같은 좀 큰 주머니에는 충분히 들어가는 사이즈의 책이다.

하지만 바른 말 고운 말만으로 점철되어 있는 이 책은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다. 그래도 살아가며 의욕이 없을 때, 때로 좌절하게 될 때 가까이에 두고서 무작위로 아무 페이지나 열어 몇 장씩 읽게 된다면 작은 위로가 될 것 같다.   

 

0629 먹는 것을 보면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어!
당신의 식습관을 들으면 당신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앙텔므 브리야샤바랭
 

아침 식사는 거르고 점심 식사는 패스트푸드로 대충 먹는 사람들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싱크대 앞에 서서 팝콘과 탄산음료로 저녁 식사를 때우는 사람들은? 젊은 시절부터  좋은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를 보면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다. 특히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이다. 자신을 천대하지 말라. 음식은 영양소를 공급해 줄 뿐 아니라 우리 삶을 즐겁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식습관을 바꾸면 자신에 대한 태도 또한 변화될 것이다. 

위 글 처럼 때로 뜨끔해지고 때로는 나를 바꾸려고 최소한 생각이라도 다시 해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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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긍정의 한 줄
린다 피콘 지음, 유미성 옮김 / 책이있는풍경 / 2008년 12월
구판절판


0629 먹는 것을 보면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어!
당신의 식습관을 들으면 당신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앙텔므 브리야샤바랭

아침 식사는 거르고 점심 식사는 패스트푸드로 대충 먹는 사람들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싱크대 앞에 서서 팝콘과 탄산음료로 저녁 식사를 때우는 사람들은? 젊은 시절부터 좋은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를 보면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다. 특히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이다. 자신을 천대하지 말라. 음식은 영양소를 공급해 줄 뿐 아니라 우리 삶을 즐겁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식습관을 바꾸면 자신에 대한 태도 또한 변화될 것이다. -06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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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거짓말 모중석 스릴러 클럽 14
리사 엉거 지음, 이영아 옮김 / 비채 / 2008년 3월
절판


나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 둘 것이 있다. 나도 여느 여자처럼 잘생긴 남자를 보면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성적인 매력에는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 재치에 끌리고, 강한 개성에 끌린다. 무엇보다도 친절함에 끌린다. 친절함이란 가혹한 교훈을 얻고,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면서 얻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것은 인산 상황에 대한 이해를 조건으로 하며, 그 많은 결함과 변덕을 용서한다. 누군가에게서 그게 보이면 난 감탄한다. 바로 그걸 그에게서 보았다.

리들리와 제이크의 첫만남에서 -66쪽

나는 믿지 못할 만큼 차분했다. 내가 완전히 폐인이 되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맥스 삼촌이 죽은 후 우리 모두 슬픔 극복 상담이 필요하다는 아버지의 결정에 따라 부모님과 함께 어떤 심리학자를 만났던 적이 있다. 그 사람이 내게 했던 말이 기억났다. 그녀는 슬픔이란 일직선은 아니라고 했다. 치유를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괜찮은 부분이 망가진 부분보다 더 많아질 때가지 이리저리 갈지자로 힘들게 헤매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이란 어느 일정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슬픔과 공포 같은 감정들을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약간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가 슬픔의 상태에 있었는지 확신할 순 없지만,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내 아버지라고 믿었던 남자, 크리스천 루너가 죽었다. 제이크는 나를 속인 타인이었다. 그리고 이제 내가 누군지도 불확실해졌다. 그래도 어쨌든 난 초월해서, 내 공포를 따로 떼어내고 나의 인생에서 답이 필요한 문제들을 생각해보았다. -229쪽

'사람들이 널 쓰레기로 취급한다고 해서, 네 자신이 가끔 쓰레기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네가 쓰레기인 것은 아니다. 너도 살면서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어. 이 세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단다.‘-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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