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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 어느 여행자의 기억
변종모 글.사진 / 허밍버드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생존을 위해 먹는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잊고 사나보다.
잔잔한 글과 사진이 좋아 그의 여행기는 거의(?^^) 읽었다 할 수 있는데, 책을 만나고는 이거 제목이 잘 못 된 거 아냐? 하면서 집었다.
아하! 음식에 관한 이야기구나. 읽으면서 이해했다.
여행 중에 기억에 남는 음식들과 그 음식에 얽힌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시리아에서 다시 만난 그녀의 가난한 감자볶음
인디아 베나울림에서 나눠먹은 토마토가 들어간 골뱅이 조갯국
그루지아에서 만난 새해에 최대한 비슷하게 끓인 만둣국
쿠바의 산타클라라에서의 모히토
미국에서 햄버거, 월남쌈 만들어 먹기
미얀마에서 그린 파파야 무침
에 이르기까지 여행서 이런 걸 해먹을까? 싶은 음식에서
그저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
슬픔으로 마시는 술 한 잔
그저 나무에 올라가 따서 무심한 듯 건네주는 야자 두 통
인디아의 갠지즈 강물을 떠선 만든 짜이 한 잔
아르헨티나에서 길 떠나는 여행객에게 새벽부터 일어나 건네주는 따뜻한 아이스 커피
샌디에이고 바닷가에서 혼자 마신 술 보드카
시리아 달동네에서 만난 소년과 마신 음료수 캔 하나
간단한 음료 하나로 기억되기도 하고,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는데,
뱅골만이 펼쳐진 푸리에 더 없이 심심하게 지내려고 들어가놓고 방갈로르라는 곳까지 열입곱시간이 걸리는 기차를 타고 피자를 먹으러 간다.
볼리비아 작은 도시 수크레광장에서 본 라면으로 만나게 된 밥퍼주는 남자 신창섭씨의 집에서 먹게 되는 집밥과 밥 퍼주는 아저씨와 가게 되는 식탁없는 식사를 하는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내용과
무엇보다 아플 때 기억나는 집밥, 엄마밥을 기억하며 만들어냈던 음식은 정말...
파키스탄에서의 콜라 페트병에 만들어먹은 어머니의 과일물김치
이야기가 제일 인상적이다.
혼자 다닐 일이 많아 끼나만 떼우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던 때가 꽤 오래 있었는데, 그의 여행 중에 장소로 사람으로 기억되는 추억의 음식들이 때로는 짠~~하다.
요즘은 나도 가끔 어떤 곳이 차 한 잔이나, 식사 한 끼로 기억되기도 한다. 길에 나서는 시간이 많아지면 추억의 음식들도 쌓여 갈 테지.....
당신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할지라도
내게는 전부인 그날들.
낯선 길 위에서
쓰디쓴 시간을 함께해 준
그날의 모든 것들을 생각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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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책의 말미에서
자주 불행하다 생각했다.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번 도 취한 적 없었다. 그 누구에게도. 너에게도 나에게도 취한 적 없는 삶이 삶인가? 취한 적 없으니 사랑한 적 없는 것이다. 때로는 내가 나에게 도취되어 스스로 즐거워지는 일, 그것으로 행복해지는 일, 그것이 가장 가까운 혁명이다. 혁명은 멀리 있지 않다. -비틀거려야 삶 CUBA 중 127P
이제 좋은 일만 생길 것이라는 예감이었다. 아니, 그렇게 마음먹기로 했다. 별수 없으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좋아질 것 없으니. 때로는 억지로라도 좋은 마음이 되어 보는 것, 그때쯤 내가 기특해진다는 것, 그때 다시 안 좋은 일이 닥친다 하더라도 별것 아니라는 것. 이미 몇 번쯤 경험했을 것이므로. -체온을 올리는 방법 BOLIVIA 중 242P
그리운 것들을 그리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운 것들을 위로하는 방법을 만들어가며 사는 것. 그렇게 살아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그린 파파야 Myanmmar 중 284P
그대, 그대 마음을 행하라! 그대가 하고 싶은 것을 그대의 의지대로 행해도 세상은 그리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어느 날, 많이 달라져 있는 당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진심이라면, 그럴 것이다. -달라진 세상, 달라지지 않을 마음, 돌아온 자리 중 30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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