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시모토 바나나는 대단히 유명한 작가이다. 『도마뱀』,『키친』,『하드보일드 하드 럭』 등등 엄청난 베스트셀러들을 휘갈겨 내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그 명성만 줄기차게 들어왔을 뿐, 기실 그녀의 작품을 접해본 적은 없었으므로 - 이 책을 통하여 입문(?) 혹은 맛보기(?)를 하였던 것이다.

 

 티티새 = 개똥지빠귀 = 츠구미다. 츠구미는 주인공 여자애이다.

 문장이 참으로 회화적이고 그 생생함이 마치 영화 시나리오 같았으며 - 실제로 영화로도 만들었다는 것 같다 - 대단히 감성적인 소설이었다.

 또한 자갈이 많은 해변, 모래사장, 등대, 밤바다, 오징어잡이 배...이런 것들은 군대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였다. 포항의 밤바다 - 바닷바람, 파도소리, 오징어잡이 배의 등불, 수없이 많은 별들 - 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비록 나는 산책 따위는 꿈도 못꾸고 두 시간 내지 네 시간 동안 총을 멘 채 선후임 근무자와 이빨이나 까며 서 있어야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 중요했던 것은,

 마리아는 바닷가에 살다가 상경을 한 여자아이,

 츠구미는 '자아가 너무도 분명하고 강한' 여자아이,

 쿄이치는 아픈 적이 있었던, 바닷가에 살다간 '이방인',

 ...그리고 쉼표를 활용하는 작가의 글버릇.

 

 독자는 큰 사유를 기대하지 말고 일상의 마음으로 이 책을 보아야 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연명전집
도연명 지음, 이성호 옮김 / 문자향 / 200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인이 그간 짧은 생을 살아오면서 적지 않은 서책들을 섭렵하였다고 자부하는 바, 독서를 함에 있어 본인도 모르게 내내 감탄을 하며 책을 덮으면서도 마지막까지 탄식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는데, 과연 이번에 양서 중의 양서를 만난 것 같다.

 

 흔히 陶淵明이라 하면 실제 이름은 잠(潛)이며 연명은 字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기실 그의 자는 원량(元亮)이고 연명은 또한 자신이 개명한 이름이다. 그는 동진시대 사람으로서 전란의 시기에 네 번 관직에 나아갔으나 매번 사직하고 물러나와 전원 생활을 하다가 죽었다.

 하지만 그가 은둔 생활을 하였다고 해서 염세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며, 오히려 창생을 구제하고자 하는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너무도 혼탁한 당시의 시대 상황으로 인하여 이상을 실천하는 것이 불가함을 깨닫고 한발짝 물러나 있었을 뿐이다. 그 증거로 그의 몇몇 시편들을 들 수 있는데, 여기에 모두 옮길 수는 없으므로 차치하겠다.

 

 이 책에는 도연명의 4언시, 5언시, 사부(辭賦), 제문 등의 모든 작품이 실려있는데, 하나같이 명구에다 신묘한 어휘들이었으나 특히 나의 마음을 잡아끈 구절들이 있어 몇 수 적어보겠다.

 

백발은 양 귀밑머리 뒤덮고

살갗도 다시 실하지 못하네

비록 아들 다섯 있어도

모두 종이 붓을 좋아하지 않는다네

舒는 벌써 열여섯이나

게으르기 짝이 없고

宣은 열다섯이 되나

학문을 좋아하지 않네

雍과 端은 열세 살인데

여섯 일곱을 알지 못하며

通은 아홉 살이 되나

배와 밤을 찾기만 하네

하늘이 내린 운세 실로 이러하니

또다시 술이나 들이킬 뿐

 

-責子

 

 이 시는 해학이 뛰어났고,

 

...(중략)...

집은 여인숙

나는 응당 떠나야 할 객과 같구나

가고 가 어디로 가려는가

남산에 우리 묘택이 있는 것을

 

...(중략)...

家爲逆旅舍

我如當去客

去去欲何之

南山有舊宅

 

-雜詩 七首

 

 이 시는 시어가 대단히 멋있는 것 같다. 집은 여관이고 나는 마땅히 객일 뿐이다... 이 얼마나 뛰어난 비유인가?

 

 이 책은 또한 번역이 대단히 훌륭하여 책의 가치를 더욱 빛내주고 있다. 이성호라는 사람이 번역을 하였는데, 역자가 시구 하나하나에 달아놓은 주석을 보면 - 한학과 중국 고전에 대하여 - 대단히 광범위하고 깊은 이해와 소양을 가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또한 본인은 독서를 함에 있어 특이한 결벽증이 있는지라 책 안의 활자 하나하나를 절대 빼놓지 않고 전부다 읽어버리는 버릇이 있는데, 이 책은 원문과 번역문을 한 페이지에 병렬해 놓아 독자로 하여금 대조할 수 있도록 해놓은 바, 안되는 한문 실력으로 일일이 대조해가며 읽어보니 과연 그 번역문이 속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황석영 역 삼국지를 제외하고 독서의 계절에 들어 처음으로 완독한 책이 이토록 만족스러우니 본인은 새삼 기쁘기 한량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 역사 명저 시리즈 1
새뮤얼 노아 크레이머 지음, 박성식 옮김 / 가람기획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지역에는 그때껏 선사시대에 머물러 있던 인류를 일깨워준 민족이 있었다. 문자의 발명과 함께 인류 문명의 시발점을 찍은 수메르인들. 그들이 남긴 수천 수만 개의 점토판에서 저자는 '인류 역사상 최초' 39가지를 조목조목 찍어내어 다루고 있다. 5000년 전의 전쟁, 개혁, 세대 갈등, 심지어는 촌지 문제까지. 그리고 여러 장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수메르 신화의 대부분이 성경의 시초가 된다는 주장이 매우 흥미롭다. 다양한 수메르인들의 문명도 놀랍지만 대부분의 내용을 자신의 연구 성과로써 채운 저자의 역량 또한 눈여겨 볼만 하다. 다소 분량이 많다보니 복잡다단한 감이 없지 않지만, 고대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수메르 점토판의 향내를 맡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문학과 문화의 고향을 찾아서
서정범 지음 / 문학사상사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은지는 꽤 되엇다. 대략 이삼년 전이니까 고등학교 2학년일 때엿던 것 같다. 게다가 작금에 고향을 떠나 상경하여 - 물론 책은 고향집에 두고 - 살고 잇는 탓에 이 책을 다시 뒤져보기도 거시기하다. 하지만 분명히 기억하고 잇는 것은 이 책의 화제가 '한국 문화의 뿌리 찾기'라는 것이며, 그 화제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해답을 얻을 수 잇다는 것이다.

저자는 주로 무속인의 이야기와 민담을 통해 목표 달성을 하려 하고 잇다. 또한 때때로 어느 한 단어에 대해 어원적인 분석을 하기도 하며, 책의 말미에서는 저자 자신이 시베리아를 탐방한 이야기를 하며 민족의 뿌리에 대해 고찰하는 모습도 보인다. 사실 우리 민족의 기원이 북시베리아의 바이칼호 부근에서 비롯되엇다는 것은 거의 확실한 이론이다. 저자는 그 근방을 탐방하며 그곳 환경, 사람들과 우리 민족간의 공통점을 찾아내려 애쓰고 잇다(물론 그렇게 애를 쓰지 않아도 쉽게 발견할 수 잇엇겟지만...). 내가 보기엔 대단히 긍정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엇다.

사실 이 책은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대학 교재용으로 써먹기 위해 쓴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그런 류의 책들을 꽤 - 공부 때문에, 또한 비싸기 때문에, 그외 몇몇 이유 때문에 - 싫어하지만, 이 책은 전혀 그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양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로 쓰는 이육사 평전
김희곤 지음 / 지영사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일제시대, 우리에게는 몇몇의 저항시인이 있었으나 저작과 행적 모두에서 완전한 저항의식을 보여준 이로 이육사 만한 인물이 없을 것이다. 그동안 이육사 평전은 여러 권 나왔으나 대부분 문학적 자취만을 중심적으로 다룬 탓에 그가 몸으로 보여준 독립운동의 행적은 배제되어 왔다. 반면 이 책은 잘 알려지지 않은 육사의 행적과 투쟁의 모습을 생생하게 서술하고 있다. 철저히 일대기를 추적한 데 대해서는 가히 육사의 새 전기라 할만 하다.물론 행적만을 따라가다 보니 되려 육사의 문학에 대해서는 소홀히 다룬 듯 하나 독립투사로서의 이육사를 알고 싶은 이에겐 필독서라 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