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배와 항해 이야기 역사 명저 시리즈 4
라이오넬 카슨 지음, 김훈 옮김 / 가람기획 / 2001년 2월
평점 :
절판


 이거 가람기획의 역사명저 시리즈 중의 하나인데, 나는 고등학교 때 『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를 보고 큰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B.C 시대의 이야기, 게다가 '모험'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 배, 그리고 항해 이야기라면 도저히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그리고 이 책이 들려주는 옛이야기들은 궁금증 해소를 뛰어넘어 TMI급이었다.

 

 저자는 해양고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모양인데, 선사시대의 배에 대해서는 일절 이야기하지 않고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배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있다. 어찌 보면 대부분 나무로 된 뗏목 뿐이었을 선사시대의 배들은 자료도 부족하고 할 말도 별로 없을 테니 이해가 간다. 특이한 점은 옛날 배들의 경우 프레임을 먼저 짜고 벽을 치는 게 아니라 벽을 먼저 치고 프레임을 짰다는 사실이었다. 때문에 벽 역할을 하는 널판지들을 이어붙이는 기술이 조선의 핵심이었고 손도 굉장히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고 한다. 어찌 됐든 이집트가 워낙에 고도로 발달된 문명을 이룩했기에 온갖 비비드한 컬러의 기록들을 많이 남겨놓았고 저자는 이것들을 참고해서 충분한 연구를 할 수 있었다. 보면 온통 B.C 2,000년, B.C 1,500년 막 이 시절 이야기를 하는데 도저히 감도 안 왔다.
 그러다 그리스로 넘어간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큰 전쟁이 있을 때마다 인류의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곤 했다. 그리스 역시 갖가지 전쟁을 치르면서 전함 위주로 조선술을 발전시켰다. 냉병기 밖에 없던 시절에 전함은 빠른 게 미덕이었다. 이에 따라 그리스에서는 날씬하고 노가 많은 전함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따른 일화도 상당히 재미있다.

 

「고대 국가들은 오늘날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노예들을 전함의 노잡이들로 쓰지 않았다...
 ...국가가 소유한 노예들을 노잡이로 쓰는 것은 비경제적인 짓이었다. 힘 좋은 노예들을 사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들고, 또 그들이 전투하는 도중에 죽기라도 하면 그 돈이 한꺼번에 날아가는 셈이 되므로, 노예들을 노잡이로 쓰는 것은 엄청난 투자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반면에 돈을 주고 고용한 노잡이들은 노를 젓는 일을 할 때만 봉급을 받았고, 그들이 전투하는 도중에 죽는다 해도 고용주들이 그에 대해 배상을 해줘야 할 하등의 의무가 없었다.」

 

 대항해시대에도 그랬고, 기원전 그리스에서도 뱃사람들 임금을 일부만 주다가 항해가 끝나고야 전부 지급해주곤 했다고 한다. 이건 뱃사람이 항구에서 술먹고 창녀촌 가는 등등으로 봉급을 흥청망청 써버리는 불상사도 예방하고, 뱃일 힘들어서 도망치는 것도 방지하는 일석이조의 해결책이었다.
 알렉산드로스가 대제국을 건설한 후 바로 요절하자 헬레니즘 시대가 도래했다. 그 전까지는 도시국가들 뿐이던 유럽에 제국들이 출현하게 된 거다. 이 나라들은 충분한 자본력을 확보하게 되자 엄청난 크기의 갤리선들을 건조하게 된다.

 

「그 배의 길이는 128m, 폭은 17.3m, 뱃머리 장식까지의 높이는 21.9m, 고물 장식까지의 높이는 24.2m였다. ...시험운항 때 그 배에는 4,000명의 노잡이들과 400명의 승무원들이 탔고, 갑판에는 2,850명의 전투병력이 탔다.」

 

 2,000년 전에 저런 배를 만들어서 타고 다녔단다. 진짜 대단한 사람들이다.
 로마시대에는 이집트의 곡창지대에서 난 곡물 등을 이탈리아 반도로 옮기는 게 또 일이었다. 그래서 이 괴물들은 이번엔 거대한 상선들을 만들게 된다. 거기엔 닻장을 조립할 수 있는 2톤 가까이 나가는 닻도 쓰였다는데 이 기술이 실전돼서 나중에 18세기에야 다시 발명했단다. 이런 상선들의 적재량은 보통 1,300톤 정도였다고 한다. 이외에 헬레니즘 때 어떤 상선은 2,000톤 짜리도 있었다고 한다.

 

 책에는 그밖에 바이킹 배에 대해서도 기술되어 있었고, 프레임을 먼저 짜는 조선술이 대세가 된 이후 - 방향키를 고물 바로 밑에 배치하게 되어 -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동그란 핸들만으로도 방향 조정이 가능하게 되고, 한 돛대에 돛을 여러 장 다는 기술 등이 발명되면서 대항해시대가 가능해졌다며 고대의 뱃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그런 걸 동양에서 먼저 발명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쉽기 짝이 없다. 어찌 됐든 - 범선 모형만 봐도 설레는 나로선 참 즐거운 모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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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win 2022-09-06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구입을 생각중인데, 좋은 정보글 감사드립니다. 한가지 여쭤봐도 될런지요. 서평은 상당히 호평이신데 왜 별은 3밖에 안되는지 궁금합니다. 구입결정에 약간 망설여지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司馬懿 2022-09-07 17:1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제 기준으로 별점 3점부터는 양서에 해당하니 참고해주세요. 제가 별점에 좀 박한 편인가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