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공감할만 한 내용이었다. 진보를 표방한 세력(그들이 정말 진보인가는 차치하더라도)이 유권자들을 가르치려 들거나, 권력에 대항하는 자신들을(정말?) 지지하지 않은 자들을 혐오하거나 조롱하는 태도에 대해 경각심을 줄만 한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의 단점도 만만찮다. 저자가 단 시간에 책을 뽑아내는 강준만 작가인 탓인지 인용이 너무나 많았다. 저자 자신이 싸가지 없음에 관해 논하고 있음에도 헤아릴 수 없는 인용으로 도리어 자신이 싸가지 없어보임을 자각하지 못한 탓일까. 아니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보다 책을 많이 읽었다는 나의 자격지심 때문일까. 과도한 인용이 거북하게 느껴졌다. 뭔 그리 오류, 현상, 편향 등의 이론이 많은지... 더불어 싸가지 없음과 관련이 없을 법한 일들까지도 싸가지와 엮으려는 비약도 몇몇군데 보였다. 그리고 진보 지식인의 과격한 단어 선택을 비판하면서도 자신이 말하는 싸가지 없음이 그 과격한 단어에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은 할 수 없는지 아쉬울 뿐이다. 진보를 표방하는 세력의 가장 큰 문제는 싸가지 없음이 아니라 무능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번 U-17 AFC에서 한국의 메시라 불리는 이승우 선수의 세레모니가 싸가지 없음으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대부분의 반응은 이승우 정도의 실력이라면 저정도는 신성의 패기로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진보를 표방하는 세력의 선결과제는 실력을 키워 능력을 보이는 것이다. 현재 그들에게는 아무런 컨텐츠가 없다. 오로지 반새누리 혹은 반 정권이라는 정서밖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그들이 해야 할 것은 반 새누리 정서에 편승하는 것을 벗어나 그들만의 컨텐츠를 생산해 내야 한다. 그것을 통해 무능을 극복한다면 싸가지 없음도 자신감으로 보일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겸손한 무능력자로 국민의 버림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