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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라는 이름의 후진국
조홍식 지음 / 사회평론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미국에 대해 알고 있던 상식들이 얼마나 피상적인 것들이었는지 기존의 내 상식을 많은 부분 수정해야 했다. 내가 알고 있던 상식이 무참히 깨어져 나갔지만 그걸 깨는 일은 즐거운 일이었다.
미국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이유가 선진국일수록 정치보다 환경에 더 관심이 많아서, 병원비가 비싼 이유가 의료진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들어왔던 나로선 이 책을 읽고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료정책에도 자본주의 논리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전문가에 대한 대접으로 평가하는 한국 사람들의 시각은 분명 가진 자들의 눈높이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미국의 의료부분이 프리메이슨에게 장악되어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이건 좀 더 공부해봐야할 것 같다.
미국에 왜 비만인구가 많은지, 미국 사람들이 왜 큰 자동차를 선호하며, 왜 외모에 무관심한 지, 왜 그렇게 인종에 집착하는지 그저 막연하게만 추측하고 인지하고 있던 것들을 이 책을 읽으며 제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미국 거주 한국인들이 미국의 인종차별에 대해 다른 소수민족들과 연계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보다 미국 주류사회에 흡수되기 위해 불의를 보고도 꾹 참고 차별을 받아도 인내하는 미련한 '범생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나만 잘먹고잘살자주의에 안착하면서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소극적으로 살며 얼마나 잘 길들여져가는지도 알게 되었다.
흔히, 다른 나라나 문화권에 대한 글을 쓸 때는 현지에 정착하면서 몇 년을 살아보고 난 후에 쓰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1년간 체류하면서 썼다는 이 책을 읽고 난 이제 오랫동안 가져왔던 그런 고정관념을 버리기로 했다. 그것은 안목의 문제이자, 관심의 촉수가 얼마나 깊이까지 뻗어있느냐의 문제이지 얼마나 오랫동안 살았느냐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몇 십년을 살면서 쓴 사람들의 책을 읽었어도 이렇게 다양한 시각에서 깊이 파고들어간 책은 읽어보지 못했다. 나름대로는 고르고 골라서 읽은 책들이었는데 그 책들은 대개 긍정적인 차원에서 '아, 미국은 역시 좋은 나라야. 한국도 배워야돼' 이런 시각이 많았다. 비판한 책이었다해도 이렇게 깊이있게 다룬 책은 아니었다. 내가 지금까지 미국에 대해서 읽어왔던 책들을 몽땅 합쳐도 얻지 못했던 정보들을 이 책 한 권에서 다 얻었다.
이 책을 읽는다면 미국을 보는 눈이 한 개는 더 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