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VS 사람 - 정혜신의 심리평전 2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남자 vs 남자’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이분이 지금 이런 책을 쓸 때가 아닌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심리학, 정신분석학이 서구 이론을 답습하고 서구 이론에 잠식당해 있는데도 한국적 심리학, 정신분석학을 건져내려고 하지 않는 이땅의 심리, 정신분석학계가 나는 못내 아쉽다.

정신과 분석의로서 환자의 이야기를 풀어가기보다 인물분석 그것도 정치계 인사나 연예계 스타들에게 관심의 눈을 두는 거, 초기작인 ‘불안한 시대로부터의 탈출’ 이후 정혜신 씨도 외도를 하는 걸까? 환자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면 한국만이 가진 한국적인 상황이나 환경에 주목해야 하고 거기서 프로이트니 융이니 이런 서구 학자들의 이론에 의문도 품게 되고, 회의도 품게 되고 거기서 한국적 심리학, 정신분석학이 탄생하고 아울러 사회 시스템이나 일상적 환경들까지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나는 한국의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들이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사회 시스템이나 일상적 환경에 메스를 들이대지 않는 게 신기하다. 사람(환자)만 어떻게 해보려는 건 지 도대체 사회 시스템을 건드리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게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돈벌기 바빠서 그러나? 난다긴다 하는 정신분석의들이 이렇게 외도를 즐겨서 그러나?

아, 흥분했다. 각설하고, 뭐랄까, 추려내서 잘 꿰어맞춘 내용을 보니 눈높이가 좀 다른 연예기사를 본 느낌이기도 하고 정치잡지판 인물분석을 본 느낌이기도 하다. ‘사람 vs 사람’이 나오긴 전 정혜신 씨가 인터넷상에서 유시민 씨를 분석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인물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데 그런 글이 올라온 걸 보고 어떻게든 발을 담그어 보려는(어디에?) 불안함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 글도 아마도 이런 외도(?)와 맥락이 닿아있지 않았을까...

사람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준다면 독자들 역시 자신들의 눈으로 사람들을 읽을 수 있는 건 시간 문제다. 한국의 영어 선생들이 학생이 공부해야할 몫(영어문장 읽고 한국말로 해석하는 건 집에 가서 학생이 할 공부인데 왜 선생이 그걸로 시간을 잡아먹냐고요! 대학 영어 수업도 거기서 거기다.)을 번지수 못찾는 선생들이 대신하고 있는 영어수업처럼 이 책도 독자들의 몫을 침범했다. 그런 인물평은 독자들 각자의 몫으로 넘겨주고 정혜신 씨 같은 분은 독자들에게 그런 눈을 가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무기를 선사하는 게 본업에 부응하는 게 아닐까? 한국의 심리학, 정신분석학은 오히려 이 분야에 몸담고 있지 않은 분들이 쓰고 있음을 본다. 나는 이상하게 한국의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들이 쓴 책을 읽고 나면 개운하지 않은 기분을 매번 느낀다. 뭔가 허전하다.

정혜신 씨는 글발이 죽인다. 그래서, 글발에 넋을 빼앗기면 저자의 입맛에 길들여지기 딱이다. 저자는 “남성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했지만, 공사판 막노동자부터 정치가들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했다면 모를까 이 책에 등장하는 남자들을 보면 그 “남성들” 이란 대부분 힘을 가진,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로 한정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정신분석학에도 힘의 원리가 적용된 거라고 봐야 하나? 저자의 속물근성이라고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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