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도둑 - 이상운 이야기집
이상운 지음 / 하늘연못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양장본이어서 별표 한 개를 깎았다.


예리한 통찰에 감탄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웃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언어들이 쏟아져 눈물이 나도록 웃어대긴 했지만, 절대 가벼운 책이 아니다.

코미디 프로를 보면 연기를 하는 자신들도 웃겨서 웃음을 참아가며 연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방청객들이 하도 웃어서 분위기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연기를 이어나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심각한 표정으로 연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이 책의 저자는 코미디언이 아니지만, 자꾸 후자의 모습이 연상되어서 그 심각함에 또 웃음이 나왔다. 지금도 ‘우리의 뇌가 너무나도 섹시한 교양으로 가득 차 있어서 도덕론의 냄새를 풍기는 건 딱 질색이기 때문이다.’ 이 말을 다시 상기한 순간 또 웃음이 터진다. 웃기기도 하고, 냉소도 보이고 그 냉소 뒤엔 따뜻함도 보이긴 하지만 글투가 어딘가 모르게 억눌린 게 많은 분이라는 느낌이 온다. 다른 책에서 보는 무덤덤한 점잖은 말투가 아니어서 그런 걸까? 심각하지 않은 말투로 심각한 내용을 얘기해서 그런 걸까?

보통은, 하다못해 저자의 이름이라도 들어보아 알고 있다던가, 어떤 책을 쓴 사람인가 이런 최소한의 정보나마 알고 있던 중 책을 읽게 되는데, 이 책은 이런 저자가 있는지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가 책을 읽게 되어서 그런지 저자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지만 인터넷을 뒤지고 싶은 걸 꾹 참고 끝까지 읽었다. 저자에 대한 사전정보없이 읽는 즐거움이 이런 걸 줄이야.


도서관에 가기 전에 책을 검색하려고 도서관 싸이트에 들어갔다가 예전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던 ‘추천도서’란이 눈에 들어오길래 클릭했다가 이 책을 보았다. 어떤 책인가 확인이나 한번 해보고 싶어서 도서관에 갔을 때 꺼내들고 서서 몇 장 읽다가 마침 두께도 얇고 해서 아예 읽고 가자고 자리를 잡고앉아 읽다가 다시 생각을 바꿔 집으로 가져와 버렸다. 도서관 싸이트의 ‘추천도서’란에 들어있지 않았다면 이 책의 존재를 몰랐을 것이다. ‘검열관들’에서 추천, 권장 도서를 비판했던 저자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양장본이어서 살 생각이 전혀 없던 책이었는데, 읽고나니까 사야할 책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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