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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랑하는 거야 미워하는 거야 - 커플의 영원한 딜레마 '성격 차이'를 극복하는 법
임정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부부싸움은 남편과 아내가 서로 달라서 싸우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르다는 걸 몰라서 혹은 인정하기 싫어서 싸우는 것이다. 알면 사랑할 수밖에 없다지 않은가. 이책을 읽으며 ‘알면 사랑한다’는 최재천 교수의 명언이 내내 생각났다. 상대방을 알기 위해선 알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고 보면, 부부싸움은 결국 상대방에 대한 파악노력부재는 간과한 채 상대방이 나의 본심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걸 드러내는 것이고, 너는 왜 나와 다르냐고 싸우는 일이겠다. 결국 분노는 무지, 무능, 게으름 이런 걸 증명하는 것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나의 진실은 내가 외향형이냐/내향형이냐, 오감형이냐/직관형이냐, 사고형이냐/감정형이냐, 판단형이냐/인식형이냐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고, 또 상대방이 저 유형중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받아들인다. 많은 남녀들이 진실이 성격에 따라 다르게 드러난다는 것 이걸 감지하지 못했기에 아까운 시간을 분노하는 데 소비하는 것이다. 남녀 사이에서의 분노는 소통통로를 개발할 의지와 능력이 없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다. 죽을 때까지도 내가 살대고 사는 사람에 대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싸우기만 하다가 간다면... 으... 생각하기도 싫다. 남자/여자를 볼 때 상대방이 가진 외적 조건에만 눈이 멀게 아니라 정말 인간관계에 눈을 뜬다면 평수 넓은 집, 그럴듯한 살림, 번듯한 직장, 내눈을 즐겁게 해주는 외모, 학벌(‘S/K/Y대 이상, 석사/박사 과정 이상’을 전제로 남자를 찾는 여자들이 정말 있는 줄 몰랐다.) ... 이런 게 다 뭔소용이란 말인가. 속물근성을 버리지 못해 자초한 자신의 결혼을 깨닫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상대방 탓만 하며 살다가는 인생에서 깨어날 일이다. 행복이 별 건가. 속물근성을 벗어나면 본질이 보인다. 성숙하고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남녀라면, 언제나 깨어있는 삶이라면 결혼에서의 내 불행을 상대방과의 성격탓 문제로 돌릴 게 아니다.
사실, 제목과 표지가 가벼워 보여서 간과했던 책이었다. 남녀 사이의 분석에 관한한 비교적 최근에 ‘여성 그대의 사명은’이라는 책을 인상깊게 읽었던 터라 한동안은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 책은 뜻밖의 횡재다.
오래전에 헤어진 남자친구가 자주 하던 말이 있었다. “사람은 이해나 설득의 대상이지 평가나 비판의 대상이 아니다.” 남자친구가 어떤 맥락으로 이 말을 하고 살았는 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고 그동안 내가 사람들과 부딪히며 얼마나 동전의 한쪽 면만을 보고 살았는지 남자 친구가 한 이 말을 나 나름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제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한층 넓어질 것 같다. 내가 이 책에 나온대로 다 실행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람들의 행동을 읽을 수는 있겠다는 점에서 갈등과 마찰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남녀 사이를 떠나 모든 인간관계가 다시 보인다. 남자친구가 생기면 꼭 선물해야겠다.
마침 이 책과 ‘영원한 어린아이, 인간’이라는 책을 같이 읽게 되었는데 거기에도 인간의 ‘네 가지 유형’이 나온다. 이책처럼 남녀에 관한 분류는 아니지만 사람을 읽는다는 점에서 이책과 같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