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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즘의 동물학
비투스 B. 드뢰셔 지음, 이영희 옮김 / 이마고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요즘 인간의 눈높이에서 동물세계는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여겨져왔던 사실을 뒤집는 책들이 출판되고 있다. 이 책도 그런 책 중의 하나다. 다만, 이 책은 인간이 동물세계를 얼마나 오해하고 있는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각 글의 마무리 부분에 인간세계에 던지는 저자의 비판과 교훈이 인상적이다.
동물세계는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것만이 법칙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 책은 동물은 암컷과 수컷이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이기도 하고, 무리 전체가 협력하고 공존하며 평화를 이루는 체제이기도 하다는 걸 말해준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동물세계에 대해 그렇게 오해해왔을까? 이는 남성적 지배가 확고한 남존여비의 가부장적 선입견이 투사되었기 때문이다. 사오십년 전에는 동물행동학자들이 모두가 남성이었다. 저자는 단기적인 현장관찰로 인해 수컷에게만 배타적인 관심을 쏟았으며 수컷의 행동에 자신들의 남성적 세계상을 투사하여 해석했고, 그런 해석이 생각이 비슷한 다른 사람들의 신뢰를 얻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가부장적 이론은 동물들을 자연적 생활공간에서 벌써 수십 년씩 직접 관찰하는 많은 현장연구가들에 의해 오해가 벗겨지고 있다. 특이하게도 그 연구자들은 대개가 여성들이었다. 남성 동물행동학 연구자들은 그동안 연구소의 담장 안에서 학자로서 출세하기에 바빴단다.
가부장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학문적 이론에까지 시대적 상황에 따라 정치적 힘이 미쳤다는 사실에 맥이 빠진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많은 이론들, 유명한 인물들의 사상이 여기에서 벗어난다는 걸 뭘로 보장할 수 있을까... 누가 얼마동안 관찰하느냐에 따라 동물의 세계가 다르게 보인다는 걸 감안한다면 TV에서 보여주는 동물의 왕국은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역시 단기 관찰로 순간의 포착을 통해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수컷이 암컷을 지배한다는 의식을 여전히 인간에게 심어주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의심마저 든다. 동물을 다시 보게 해준 책이었지만 결국 인간을 다시 보게 해준 책이다.
책을 읽으며 한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내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입장에서 읽었더라면 좀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5부로 나뉘어 30개의 글로 구성된 모든 내용들이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