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마라
폴라 비가운 지음, 최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이책을 읽기전까지 난 화장품 장수 말대로 자외선 차단제의 SPF 지수가 높으면 좋은 건줄 알았다. 그런데, SPF 15이면 자외선이 95%정도 차단되고, SPF 30∼50이면 97%정도 된다나... 모이스쳐 라이져는 건성피부가 아니면 바를 필요가 없고, 링클 제품은 주름을 없애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피부노화를 만들고... 기타 등등 화장품에 대한 나의 상식이 많이 깨졌다.

미국 여자들은 화장품을 사면서 어떤 제품에 어떤 성분이 얼마만큼 들었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살 수 있나보다. 저자는 줄곧 참고해야할 성분의 양을 제시하는데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화장품에는 성분의 양이 표시되지 않으니 한국 여자들에게는 그냥 그림의 떡일 뿐이다. 

한국 사람들 눈높이에서 쓰여진 화장품에 관한 책을 몇 권 읽긴 했지만, 이책은 세세한 부분까지 정말 적나라하게 분석해 놓았다. 3분의 2가 제품리뷰이다 보니 책두께가 장난 아니다. 저자는 잘못되고 부풀려진 화장품 광고와 마케팅 전략을 비판하면서 미국 화장품 업계와 홀로 싸워나가는 사람이다. 저자가 제공하는 정보는 화장품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소비자에게는 쉬쉬할 뿐이라고 한다. 화장품 업계는 소비자들에게 정작 필요한 정보는 함구하고 화장품을 팔아먹기 위해 좋은 점만 강조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화장품 회사에 충성하는 돈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화장품 광고에 길들여져가고 있는 지 처절하게 깨달을 것이다.

한국 여자들이 유난히 화장이 두꺼운 이유가 혹시 화장품 정보의 무지에서 오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화장을 해야한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다기보다는 진한 화장과 섹시함이 무식함, 천박함, 가벼움, 부화뇌동의 소치라는 편견에 더 사로잡혀 있는 편이다. 그래서 내가 쓰는 화장품이라고해봐야 고작 스킨과 로션뿐이다. 한때는 화장품 장사한테 속아서 에센스에 영양크림, 마사지크림, 팩, 자외선 차단제까지 사다 썼다. 지금도 팩과 자외선 차단제가 두어가지씩 있고, 이것저것 여러 가지 있지만 딱 스킨과 로션만 바를 뿐이다. 근데 사람들은 내가 무슨 화장품을 쓰길래 그렇게 피부가 좋으냐고 물어본다. 물론 화장품을 사러가면 피부가 많이 상했다느니, 눈가에 주름이 생기기 전에 아이크림을 써주라느니, 데이크림이랑 나이트 크림을 구분해서 써줘야 피부가 좋아진다느니, 색조화장을 하지 않는 걸 두고 아가씨가 가꿀줄도 모른다느니... 일장 연설을 많이 듣는다. 내가 알지 못하면 무수히 쏟아지는 정보를 그대로 신뢰하게 된다. 화장품 장사가 하는 말 역시 내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화장품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화장품 장수가 얼마나 뻥을 많이 치는지 파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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