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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과 그의 아내 - 33쌍과의 인터뷰, 우리 시대의 남성.여성.가족
김현주 지음 / 새물결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도 그렇거니와 가족제도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한국사회에서는 왜 ‘장남과 그의 아내’가 주목받아야 할까 이런 사실에 접근해 가지 않을까란 기대를 하고 읽었는데, 장남과 결혼한 여자는 결혼생활에서 시부모와 갈등이 이렇게 나타나더라, 시부모와의 갈등을 없애려면 사회적 논의는 ‘고드부와 샤르보노’가 지적한 이상적인 인간관계와 그 지향성 중 세 번째 내용 “A(개인)는 B(개인)로부터 자신이 준 것보다 너무 많은 것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B 또한 자신이 A로부터 자신이 준 것보다 너무 많은 것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상호 긍정적인 빚의 상태’”을 지향하라 이런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한가지 의문은 장남과 그의 아내가 아닌 차남이하와 그들의 아내는 시부모와 대등한 거래(상호 긍정적인 빚의 상태)를 하고 있다는 얘긴가?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가 아닌 ‘장남과 그의 아내’라는 특정 신분만을 부각시키면서 ‘개인’과 ‘개인’간의 관계를 설정하는 건 뭔가 초점이 맞지 않는 얘기같다. 차남, 장녀, 막내... 이 모든 부부형태가 다같이 총체적으로 고찰되는 관계에서 ‘개인’과 ‘개인’의 관계설정이 의미를 가지는 것 아닐까? 그리고, 시부모, 장남, 맏며느리... 이런 ‘신분’적 명칭을 벗어버리고 그 사람만의 고유한 이름으로 불리거나 서로 대등한 호칭으로 불릴 때 시부모와 며느리 사이가 아닌 ‘개인’ 대 ‘개인’의 사이가 되어 서로를 대등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장남과 결혼을 했든, 차남과 결혼을 했든, 막내와 결혼을 했든 남편과 혹은 시댁과 소통 창구가 열려있다면 뭐가 문제이겠는가. 서로 소통창구가 막혀 있으니까 주고받는 거래관계로 읽히고, 장남이라는 위치가 의미를 가지는 거겠지. 막힌 소통창구를 뚫으려는 노력은 없고 대신 ‘경제력’으로 무마해가는 여성들의 무능을 보았다. 한편, 남편이 월급 받아다 아내한테 통째로 받치는 것도 못마땅해하는 난데, 월급 봉투를 시어머니에게 건네주고 용돈을 받아쓰는 며느리들이 있다는 사실에 할말을 잃었다.
이책은 시부모와 함께 사니까 갈등이 생기더라, 그러니까 장남이 축이 되는 가족제도는 문제가 있다는 접근을 하고 있지만, 가족제도가 문제 있으니까 여자가 결혼하면 시댁에 호적을 올리고 시부모를 모시는 의무가 지워지는 게 아닌가. 그리고, 장남과 그의 아내와 부모와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그 가족관계가 문제 없는 걸까? 오히려, 차남/삼남.../막내와 그의 아내, 장녀/차녀...막내와 그의 남편이 아닌 하필 왜 ‘장남과 그의 아내’에게만 무게를 두는 지 이걸 그려냈어야 하지 않을까... 결혼이 남녀가 양쪽 부모로부터 독립해 나와 그들의 가정을 꾸리는 게 아닌 여자의 결혼이 남편 집안에 흡수되는 형태라는 사실에 주목한다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에만 주목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장남의 누나가 있는 경우, 장남의 아내가 장인, 장모에게 있어 장녀인 경우 모두를 배제하고 왜 ‘장남과 그의 아내’만 다루고 있는 지에 대한 고찰 없음, 결혼하기 전에 결혼의 실체에 대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결혼생활을 어떻게 꾸려갈 건 지 서로 주고받은 대화내용 내지는 계획설계내용과 장남과 결혼한다는 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건 지를 고민한 흔적 없음, 앞뒤전후사정을 살펴 맏며느리들이 왜 결혼생활에서 그런 시행착오를 겪어야하는 지를 반성하고 원인규명을 하기보다 시댁과의 갈등만을 부각시킨 점, 시부모와 갈등을 겪으면서도 시부모에게 점수를 얻으려는 여자들의 이중성 등 이책에서 포착된 아쉬운 점들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