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 서평단 알림
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
고든 뉴펠드 외 지음, 이승희 옮김 / 북섬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단에 처음 응모해서 받게 된 책이다. 책이 일주일 정도 늦게 배송된 탓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게으른 탓에 불행히도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지 못했다. 서평 날짜가 오늘까지로 되어 있는 탓에 글을 쓰긴 하지만 맘 같아서는 다 읽고 쓰고 싶은 심정이다.

페이지를 몇 장 넘기지 않았는데 벌써 책에 대한 느낌이 왔다. 정신 차리고 읽어야겠다는 각오를 할 정도로. 난 결혼도 하지 않았고, 결혼을 한다해도 아이를 갖지말자는 쪽으로 생각을 굳히고 있는 지라 내 2세를 위해서라기보다 나를 알기 위해서 부모나 아이에 관한 책을 읽곤 한다. 내 자신이 이책에 나온 어떤 아이의 “난 가족과는 결합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생략) 이제 가족 곁에 있는 것조차 싫어요.” 이 말이 딱 내 버전이라고 해야할만큼 어렸을 때부터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컸던 탓에 부모라는 사람들이 내 인생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이책에서, 아이와 부모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코드를 발견한 사실이 기뻤다.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또래지향성’이라는 부모회피증(?)과 아이와 부모를 끈끈히 맺어주는 아이가 부모에게 기대하는 ‘애착’이라는 거 말이다. ‘왜 맨날 잔소리만 하고 혼내는 거지? 좀 인간적일 수 없는 건가?’ 꼬맹이였을 때부터 이런 불만을 가졌던 난 결국 부모의 애착을 갈구했던 거였나 보다. 

파고 들어가보면 아이는 관심과 보호, 애정을 갈구하는 건데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런 아이한테 꾸중으로 보답을 하고, 아이가 한 행동의 원인을 진단하기보다 행위 그 자체에 대한 질타를 한다. 서광 스님의 책제목처럼 문제는 항상 부모에게 있었던 거다. 부모의 역할이란 무엇보다도 ‘관계’의 문제인데, 부모들은 아이와 문제가 생기면 자신과 아이의 ‘관계개선’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아이의 행동에만 초점을 맞춰서 아이만 ‘꾸중’하고 만다. 아이와 ‘애착’관계가 얼마나 튼튼하냐에 따라 아이가 부모를 가까이 하고 멀리 하고가 결정된다는 이 간단한 사실을 부모들은 간과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이를 그렇게 혼낼 리가 없지 않은가.

아이들은 부모에게 결핍된 그 애착관계를 대신하는 대체물을 찾게 되는데 그게 바로 또래 친구들에게 집착하는 ‘또래지향성’으로 나타나는 거란다. 또래지향성이 문제가 되는 건 또래지향적인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로부터 부모에게서 받을 수 있는 보살핌이나 애정을 받을 수 없기에 아이들이 성장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왕따현상, 이른 나이에 성에 집착하는 현상, 공격성 등 이런 것들이 또래지향성으로 인해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이런 아이들을 구하려면 이 아이들이 원래 속해야 할 자리인 부모에게 돌려놓아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한다. 진심으로 정서적 책임을 질 수 있는 부모와 애착을 형성해야만이 아이를 구할 수 있다. 그런데, 부모들은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아이가 부모와 결핍된 애착을 또래친구들에게서 갈구하는 걸 알아차리지 못해 아이와의 관계를 돌아보지 못하고, 아이를 꾸중하고 교육시키려고만 한다. 심지어,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사회성을 기르고 독립적인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고 너무 일찍 부모의 자리를 내어주는 부모들까지 있단다.

다행히도 이 책은 진단만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저자의 경험을 가미해 어떻게 아이를 구할 지 방법까지 제시해 놓았다. 아이만 학원으로 떠밀게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부모 자신부터 이런 책만 한 권 읽어도 아이에게 얼마나 영향이 갈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부모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챙겨 읽어야 할 책이다.

책을 어느 정도 읽었을 때부터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그렇다면 부모들은 왜 아이와 애착을 형성하지 못하는 걸까? 단지 부모의 무지로만 돌려야할까? 부모들 또한 그들의 부모로부터 같은 대접을 받아왔기 때문은 아닐까? 결국, ‘흔들리는 부모들’의 저자 수잔 포워드 박사의 말대로 부모 자식 간의 문제는 대를 물려 유전되는 거고, 누군가 돌연변이 자녀가 태어나 그 고리를 끊어야 단절되는 그런 문제아닐까? 아이를 구해야하듯 부모도 구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 책도 주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초등학교 1학년 조카가 놀러왔다. 내게 엄마 흉을 보면서 “엄마 무식해, 무식해.” 그러기에 왜 그러냐고 했더니 “우리 혼내고 때리잖아.” 이러질 않은가. 여기서 좀 더 오버하면 이 애가 또래지향성으로 가는 건가? 아... 새언니한테 이 책을 건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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