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왜 여우같은 여자를 좋아할까? 2 - 여우의 세계에 좀 더 깊게 들어가기 - 프랙티컬 가이드
셰리 야곱 지음, 나선숙 옮김 / 명진출판사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올해였던 것 같다. 어떤 남자가 푸념하듯 내뱉는 말 속에서 귀가 솔깃해지는 말을 들었다. 남자들이 여자에게 쏟는 에너지를 100이라고 볼 때 남자들이 결혼하기 전에 여자를 쫓아다니는 노력이 90이고, 결혼해서 나머지 10을 가지고 평생을 쪼개서 여자를 사랑하며 사는 거라나... 남자들이 결혼하기 전까지 여자를 쫓아다니는 열정 90을 50으로 줄이고 그 나머지 40을 결혼 이후에 투자해 50 : 50으로 하면 훨씬 더 건강한 관계가 될 거라나... 그래서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한 거라나... 듣고 보니 일리 있는 말이었다. 내게 이 책은 바로 이 90에 해당하는 부분을 이야기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책은 오히려 처세술에 가깝다. 그래서, 오히려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을 멀리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본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말하는 책, 그래서 남자와 여자는 이렇게 다르니까 그 ‘다름’, ‘차이’를 이해하자는 식으로 풀어내는 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랑하다는 말은 받는 것이기도 하지만,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여자는 남자의 사랑을 “받는” 존재라고 보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여자를 주체적 존재로 그려내지 않았을까? 서로 주고받는 사랑을 말하지도 않고, 여자도 여자의 방식대로 사랑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이 책대로 남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남자들이 원하는 여성상에 부응한다고 치자. 이게 남자가 원하는 사랑이지 여자가 원하는 사랑인가? 이렇게 해서 남자의 사랑을 얻을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잖은가?

정말 이 책에서 말하는 남자에 집착하는 여자(수동적이며, 거절할 줄 모르며, 남자가 부르면 언제라도 달려나갈 수 있는, 자기 생각을 포기하고 남자의 의견대로만 따라가는 뭐 이런 말로 설명될 거다.)가 되지말고, 남자에게서 독립적인(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말마따나 남자를 케이크 장식용 크림 정도로 생각하는 여자?-“남자는 케이크 장식용 크림일 뿐이다.” 이 책을 읽고 났을 때 딱 든 생각이 이 말이었다.)여자가 되어야 한다면 왜 어떤 여자는 그렇게 남자에게 집착하며, 반대로 어떤 여자는 남자에게서 독립적 자아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건 지 그걸 풀어내어야 하지 않았을까? 내가 이 책에 점수를 주지 않는 건 바로 이런 차이점에 대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한국과 서구의 사회나 문화적 환경이 다른 점까지 고려한다면, 남자에게 사랑 받고 싶으면 여우가 되라고만 말하는 이 책은 미국 여자들에게나 필요하다. 한국 남자들은 아직 여자의 희생을 노래하고 있으니까. 거기다, 내 경험상 한국 남자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여자들을 밥맛 없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아직은 지배적이다. 자기 목소리 내는 여자들을 두려워하는 거면서 밥맛없다고 얘기한다. 아무튼 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이 책이 묘하게 읽힌다고 본다. 번역물이 언제나 그렇듯이 한국이라는 나라의 독특한 환경도 참고해서 읽어야한다.

그렇다고, 제목처럼 남자들은 왜 여우같은 여자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답을 준 것도 아니다. 기껏해야 남자들은 여자를 ‘도전’할 만한 상대로 보니까 남자의 도전 욕구에 부응해야 한다, 이런 얘기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이후는 없다. “사랑 받으려면”이라는 단서가 붙는 게 떨떠름하다.

“혼자 잘 사는 사람이 결혼해서도 잘 산다.” 이 말에 주목해 본다면 혼자 잘 노는 사람이 남자/여자를 만나서도 잘 논다는 답도 나온다. 남자에게 쏟는 관심의 반을 여성 자신에게 쏟는다면 건강한 관계가 될 것 같다.

남자와 여자의 역사에서 필요한 건 그동안 여자나 남자나 서로에 대해 무지해 잘못 인식하고 있던 부분에 오해를 풀어내는 작업이다. 그리고 난 후, 여자가 남자에게 원하는 사랑, 남자가 여자에게 원하는 사랑에 주목해서 각자의 목소리를 고찰해야 한다. 결혼은 생활의 본거지다라는 개념이 서 있다면 이 책에 나온 남자들처럼 여자를 자신의 욕망을 자극하는 존재로만 보는 남자들과 사는 건 오히려 피곤한 일이다.

남녀간 소통에 관한 번역물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남자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면 이렇게 처신하라고 말하는 이 책은 돌연변이 출현이었다. 3탄으로 “여자는 이런 남자를 좋아한다”라는 책이 이어지면 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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